정치철학·비전 등 제시 못하고
중도 표방 참신한 인재도 없어
保-革 통합행보는 정체성 의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일주일 만에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하루 600㎞를 이동하는 등 전국을 숨 가쁘게 돌며 통합과 정치교체의 메시지를 쏟아냈지만 국민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도 답보상태에 머무르다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여야를 아우르는 ‘빅텐트’ 구상도 힘을 잃고 있다. 그렇다고 입당을 할 보수정당도 없고 신당을 창당할 정치적 자산도 부족하다.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위기의 원인은 역설적으로 예상된 원인이었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현상’처럼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가 ‘반기문 현상’을 낳았지만 정치와 국정의 혁신을 기대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명확한 정치철학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그나마 빈약하고 혼돈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마저 아마추어 수준에 그쳤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일성으로 ‘정치교체’를 주장하며 “당장은 기존 정당에 합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가, 귀국 후 대선 비용 및 지지율 저하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자 정당 입당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설 연휴 전에는 정치인들과 만나지 않겠다고 공언해놓고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통합하겠다는 행보는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고 정치권에서는 ‘반반’ ‘우왕좌왕’이란 비판을 자초했다.
캠프로 불리는 스태프진의 구성이 이런 혼선을 가중시켰다. 반 전 총장 캠프에는 ‘중도 보수’를 표방할만한 참신한 인재 없이 이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외교부 출신 인사들만 두루 포진해 있다. 애초 야권 인사들까지 두루 끌어안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정작 캠프 내 외교관그룹과 친이(친이명박)그룹 간의 갈등조차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 성패와 관계없이 반 전 총장을 돕겠다는 측근도 찾아보기 어렵다.
당연히 연대 대상으로 고려했던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의 비문(비문재인) 의원들이 반 전 총장에게 냉랭한 반응을 보이면서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빅텐트’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 전 총장이 3박 4일간의 전국 순회일정을 마치고 당분간 전략 재정립을 위한 ‘숙고 기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 전 총장 측은 “정치교체에 대한 반 전 총장의 의지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만큼 중도 포기는 없다”고 전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중도 표방 참신한 인재도 없어
保-革 통합행보는 정체성 의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일주일 만에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하루 600㎞를 이동하는 등 전국을 숨 가쁘게 돌며 통합과 정치교체의 메시지를 쏟아냈지만 국민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도 답보상태에 머무르다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여야를 아우르는 ‘빅텐트’ 구상도 힘을 잃고 있다. 그렇다고 입당을 할 보수정당도 없고 신당을 창당할 정치적 자산도 부족하다.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위기의 원인은 역설적으로 예상된 원인이었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현상’처럼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가 ‘반기문 현상’을 낳았지만 정치와 국정의 혁신을 기대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명확한 정치철학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그나마 빈약하고 혼돈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마저 아마추어 수준에 그쳤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일성으로 ‘정치교체’를 주장하며 “당장은 기존 정당에 합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가, 귀국 후 대선 비용 및 지지율 저하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자 정당 입당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설 연휴 전에는 정치인들과 만나지 않겠다고 공언해놓고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통합하겠다는 행보는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고 정치권에서는 ‘반반’ ‘우왕좌왕’이란 비판을 자초했다.
캠프로 불리는 스태프진의 구성이 이런 혼선을 가중시켰다. 반 전 총장 캠프에는 ‘중도 보수’를 표방할만한 참신한 인재 없이 이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외교부 출신 인사들만 두루 포진해 있다. 애초 야권 인사들까지 두루 끌어안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정작 캠프 내 외교관그룹과 친이(친이명박)그룹 간의 갈등조차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 성패와 관계없이 반 전 총장을 돕겠다는 측근도 찾아보기 어렵다.
당연히 연대 대상으로 고려했던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의 비문(비문재인) 의원들이 반 전 총장에게 냉랭한 반응을 보이면서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빅텐트’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 전 총장이 3박 4일간의 전국 순회일정을 마치고 당분간 전략 재정립을 위한 ‘숙고 기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 전 총장 측은 “정치교체에 대한 반 전 총장의 의지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만큼 중도 포기는 없다”고 전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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