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도가 다시 묻자 여자는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네, 우선 저 혼자.”
“가족은 나중에 오시는군요.”
“네.”
“언제부터 근무하십니까?”
“다음 주부터요.”
머리를 끄덕인 김광도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더 묻고 싶었지만 참은 것이다. 미인이라고 다 끌리는 것이 아니다. 주변과 자신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전생(前生)의 인연이 있었던 것처럼 끌리는 상대가 있는 것이다. 숨을 들이켠 김광도가 통로 건너편에 앉은 고영일에게 머리를 돌렸다.
“유 실장께 고맙다는 인사는 드려야 할 것 같은데.”
“도착해서 하시지요.”
고영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후 4시 반이다. 한랜드 시간은 오후 6시 반이 되어 있었으니 도착하면 밤이다.
“내일 아침에나 해야겠군.”
혼잣소리처럼 말한 김광도가 상체를 바로 세웠을 때다. 조금 전 앞 좌석에서 뒤쪽 화장실로 갔던 사내 하나가 돌아오더니 김광도 옆쪽에서 주춤거렸다. 고영일이 먼저 말을 걸려고 했지만 사내가 빨랐다. 김광도를 향해 허리를 꺾어서 절을 했다. 50대쯤의 사내다.
“회장님, 저 유라시아 중학교 교장인 이운혁이라고 합니다.”
“아아, 예.”
당황한 김광도의 왼쪽 볼이 굳어진 느낌을 받는다. 왼쪽에 앉은 여자 때문이다. 사내가 김광도를 향해 다시 열심히 말을 이었다.
“두 달 전에 발령을 받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드릴 기회가 있어서 기쁩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김광도도 어쩔 수 없이 말을 받았다.
“출장을 다녀오시는 모양이군요.”
“저는 이번에 대마도 원정군에 차출된 제 동생을 면회하고 돌아가는 길입니다. 회장님.”
“아, 그러세요?”
“그것보다 회장님 형님분이 이번에 무사히 풀려나오셔서 다행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가는 사람들로 통로가 막혀 있었으므로 마침내 중학교 교장 이운혁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올라갔다. 김광도가 심호흡을 했을 때 고영일이 위로하듯 말했다.
“유라시아 가족이 이제 3만 명이 넘습니다, 회장님.”
쓴웃음을 지은 김광도가 머리만 끄덕였고 고영일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저 교장 선생은 회장님을 알아보는군요.”
이제는 왼쪽 볼이 근질거리는 것 같았으므로 김광도가 손바닥으로 쓸었다. 고영일이 좌석에 등을 붙이고 바로 앉았을 때 왼쪽 여자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회장님이세요?”
여자의 목소리는 낮고 말끝이 떨렸다. 숨을 들이켠 김광도가 여자를 보았다.
“내가 거북하게 만들어 드린 것 같네요.”
“아녜요.”
여자의 얼굴이 처음보다 더 빨개졌다. 아름답다. 이렇게 가슴에 와 닿는 여자가 있을 줄이야. 김광도의 가슴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 이 우연을 만들어준 모든 이에게, 조금 전 인사를 해서 여자에게 자신을 알려준 교장 선생에게도.
김광도가 여자에게 물었다.
“한랜드에 도착해서 식사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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