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단일시장 포기와 국경 통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청사진을 제시했다. 영국 정부의 선택은 하드 브렉시트였다. 하드 브렉시트는 EU 단일시장에서 완전히 탈퇴하고 이민자에 대한 통제 권한을 영국 정부가 전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일컫는다.
EU는 대내적으로 상품, 용역, 자본, 노동의 이동이 자유로운 단일시장을 완성했고, 대외적으로 관세동맹을 구축해 역외 국가들과의 교역 관계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이 가져다주는 혜택이 크지만 그 대가가 너무 과했다는 게 탈퇴론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민자의 급증세가 EU로부터 등을 돌리게 되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2004년부터 동유럽 국가들이 대거 EU에 가입하면서 일자리를 찾아 서유럽으로 이동하는 동유럽 노동자들의 수가 대폭 늘어났으며 그중 상당수가 영국행을 택했다.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고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경제가 안정돼 있어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많다는 점이 그 이유다.
이로 인해 영국은 전체 인구에서 타 회원국 시민이 차지하는 비중이 4.6%에 달해 4.3%인 독일을 제치고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민자 유입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경제 효과를 유발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노동시장의 경쟁 격화와 임금 하락 같은 부작용을 초래함으로써 반발을 부르고 있다. 아울러 이민자들이 경제적 기여에 비해 과도한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인식 또한 탈퇴 결정의 배경이다.
영국의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논쟁으로 인한 영국 사회의 분열과 불화에 마침표를 찍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최선의 협상 결과를 이끌어내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탈퇴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브렉시트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베일에 가려 있던 영국의 구체적인 협상 목표와 전략이 윤곽을 드러냄으로써 시장의 발목을 잡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파운드화 환율의 급등세가 그 예다.
그러나 앞으로의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EU와의 완전한 결별을 추구하면서도 EU 회원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영국의 희망과 달리, 남아 있는 EU 회원국들은 제2, 제3의 영국이 나오지 않도록 집안 단속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령 상호 간의 우호적 관계가 영국과 EU 양측 모두에 윈윈이 될지라도 이를 포기하고 영국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심리가 EU 국가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EU는 영국 탈퇴 후에도 유럽 통합이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고, 내부 단속을 통해 EU의 결속력이 이완되는 것을 차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브렉시트 협상이 난항을 겪는다면 중국 경제의 침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등으로 가뜩이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 암운을 드리울 수 있다. 금융시장의 혼란, 투자의 위축, 교역의 감소 등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유럽 기업과 금융기관이 자본 확충을 위해 우리나라에 투자된 자금을 회수함으로써 외환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유럽과 세계 시장의 위축에 따라 우리 수출이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브렉시트 협상 과정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금융·외환·교역 각 분야에서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순발력과 상상력,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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