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의 미르자나 루치치-바로니가 23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여자단식 16강전에서 미국의 제니퍼 브래디를 꺾은 뒤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크로아티아의 미르자나 루치치-바로니가 23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여자단식 16강전에서 미국의 제니퍼 브래디를 꺾은 뒤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크로아티아 루치치-바로니 호주오픈테니스 감동의 승리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79위인 미르자나 루치치-바로니(35·크로아티아)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역경을 극복하고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8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루치치-바로니는 23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여자단식 16강전에서 세계 116위 제니퍼 브래디(22·미국)를 2-0(6-4, 6-2)으로 꺾고 8강에 합류했다. 루치치-바로니는 2회전에선 우승후보였던 세계 3위 아그니에슈카 라드반스카(28·폴란드)를 2-0(6-3, 6-2)으로 제압했다.

루치치-바로니는 15세이던 1997년 프로에 입문했고, 그해 US오픈 3회전까지 진출해 ‘천재’로 불렸다. 이듬해 마르티나 힝기스(37·스위스)와 짝을 이뤄 호주오픈 여자복식 정상에 올랐고, 1999년에는 메이저 중의 메이저인 윔블던에서 4강에 진출했다. 루치치-바로니는 1990년대를 휩쓴 독일 출신 슈테피 그라프의 뒤를 이을 것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가정폭력이 앞길을 가로막았다. 아버지의 반복되는 폭력을 피해 1999년 말 어머니와 함께 조국인 크로아티아를 떠나 미국 플로리다주로 ‘피신’했다. 하지만 미국에는 친척, 지인이 없었기에 심리적으로 흔들렸고 특히 곤궁해졌다. 테니스에 집중할 수 없게 된 루치치-바로니는 2000년부터 출전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2006년에는 단 한 번도 코트에 서지 않았다. 사실상 은퇴한 셈. 2003년부터 2010년까지 8시즌 동안 메이저대회 출전 기록은 없다.

루치치-바로니는 그러나 2014년 9월 쿠프 방크 나시오날 결승전에서 비너스 윌리엄스(37·미국)를 꺾고 우승하며 재능을 다시 꽃피웠다. 그리고 올해 호주오픈에서 1999년 이후 18년 만에 메이저대회 8강에 진출했다. 여자프로테스투어(WTA)는 24일 오전(한국시간) “루치치-바로니의 재기가 전쟁터와 같은 코트에 잔잔한 감동을 뿌리고 있다”고 전했다.

루치치-바로니는 “힘에 겨웠지만, 어머니와 가족이 있었기에 견뎌낼 수 있었다”며 “계속 테니스를 하고 싶고, 온 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루치치-바로니는 25일 세계 5위 카롤리나 플리스코바(25·체코)와 호주오픈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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