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차 안에서 김동일이 앞 좌석에 앉은 비서실장 박경수에게 말했다.
“10년 후에는 돌아갈 텐데 기를 쓰고 대통령이 되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예, 그것은…….”
박경수가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렸다. 김동일 앞에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애국심, 봉사, 조국의 미래에 대한 사명감, 참된 정치 체제 확립 등등을 연설한다면 듣지도 않을 것이다. 차라리 최고의 위치에 올라 다만 5년이라도 소신껏 국정을 운영해 본다는 것, 그리고 역사에 기록되고 싶다는 표현이 낫겠다. 그때 김동일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각하께서 말씀하셨어. 목숨을 걸고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이야.”
숨을 죽인 박경수가 귀만 세웠고 김동일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지. 죽을 용기가 있어야 돼.”
“예?”
놀란 박경수가 머리를 돌렸고 김동일의 말이 이어졌다.
“대통령의 명예가 더럽혀졌다고 느껴졌을 때 몸을 던지는 용기.”
“…….”
“누구는 굴욕을 견디고 끝까지 버티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하지만 그것은 비겁자의 변명이야.”
김동일의 눈빛이 강해졌다.
“적어도 대통령이라면 말이다.”
“…….”
“대통령은 죽음으로 사죄해야 해. 각하께서도 그럴 각오이시고 나도 따르겠다.”
“총리 각하.”
박경수가 어깨를 부풀리며 말했다. 이쪽도 결사적인 분위기다.
“각하께서는 북남한의 통일과 한랜드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건설에 가장 큰 공을 세운 분이십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북조선 인민은 이미 다 굶어 죽었어.”
“각하의 영명하심이 신의주특구에서 한랜드로 이어지는 한민족의 기세를 일으킨 것입니다.”
“달다.”
“예?”
“동무 말이 달콤하게 들린다.”
한숨을 쉰 김동일이 말을 이었다.
“동무 말만 듣다가는 대통령 각하 말씀대로 내가 비참한 말로를 맞을 가능성이 많아.”
숨을 죽인 박경수가 시선을 내렸고 김동일의 말이 이어졌다.
“내일 부산으로 갈 테니까 준비하라우.”
“예, 각하.”
예정보다 하루 빠르다. 오늘 대마도 수복 회의에서 김동일이 부산에서 지휘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미 전선(戰船)과 병력은 대기 중이었고 출동 시간만 정해지지 않았다. 이것은 대일(對日) 선전포고나 같다.
그때 김동일이 박경수의 뒷머리에 대고 말했다.
“이봐, 이번 대마도 수복은 내 대통령 자질에 대한 평가야.”
박경수는 감히 머리도 돌리지 못했고 김동일의 말이 이어졌다.
“대통령 각하께서는 나에게 전권을 맡기시면서 차기(次期)에 대한 검증을 하시려는 거야.”
“…….”
“지금 대한민국 전 국민이 나를 주시하고 있어.”
어느덧 김동일의 목소리는 열기에 차 있었고 눈빛이 강해졌다.
“그래서 나한테 오늘 그런 충고도 해 주신 것이지. 대통령의 명예, 생애까지 말이야.”
이곳은 평양. 시가지는 휘황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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