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7월쯤으로 기억합니다.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죠. 한 영화감독의 소식이었는데 ‘문화면’이 아니라 ‘사회면’이었습니다. 오토바이 날치기를 한 혐의로 붙잡힌 이 감독은 “캐릭터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다”고 털어놓았죠. 가출 청소년을 주제로 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며 오토바이 날치기 장면을 넣을 계획인데, 범인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다는 겁니다.
갑자기 이 기사가 떠오른 것은 최근 충무로의 핫이슈로 떠오른 ‘실연(實演) 논란’ 때문입니다. 조창호 감독이 연출한 ‘다른 길이 있다’의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 서예지가 감독의 권유로 실제 연탄가스를 흡입했다는 것이죠. 조 감독은 “위계에 의한 강압적 지시가 없었다”면서도 “대부분 연기가 실제 연탄가스가 아니었으나 미량의 연탄가스가 흘러나왔음은 사실”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한 영화 제작자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는 “그러면 안 되죠…”라면서도 잔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더니 “감독의 마음이 이해는 갑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연기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연기를 잘한다’가 아니라 ‘연기 같지 않다’는 것이듯, 감독들은 배우들에게서 ‘논픽션’ 같은 연기를 끌어내고 싶어 합니다. 이번 사태는 그런 욕심이 과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대답이었죠.
할리우드에서도 비슷한 질감의 논란이 진행 중입니다.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를 찍으며 마지막 장면에서 여배우의 동의 없이 남자 배우와 공모해 실제 강간 장면을 촬영했다는 주장이 뒤늦게 화두를 던진 것이죠. 여주인공을 연기한 마리아 슈나이더는 지난 2011년 숨을 거두기 전 “이 영화 촬영 도중 강간당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는데요. 베르톨루치 감독이 지난해 말 “슈나이더는 내용을 알고 있었고, 단지 (윤활제로) 버터를 사용하는 것만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합니다.
이런 기사의 댓글을 살펴보면 “왜 싫다고, 안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 명 내지 100여 명이 모인 촬영 현장에서 감독을 비롯해 출연진, 제작진이 모두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데 “노(No)!”라고 외치기는 쉽지 않죠. 현장 분위기는 차치하더라도, 1회차 촬영 준비를 위해 투입된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그 현장을 박차고 나가며 ‘판을 깬다’는 것은 웬만한 용기로는 어렵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그리고 몇몇 감독은 이런 현장 분위기를 ‘악용’하기도 하죠.
그러나 이건 엄연한 폭력입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베르톨루치 감독의 대표작이 됐지만, 당시 19세였던 슈나이더는 이 영화 촬영 후 정신질환과 약물 중독에 시달렸습니다. 프로의식을 빙자해서도 안 되고, 예술로 포장해서도 안 됩니다.
realyong@
갑자기 이 기사가 떠오른 것은 최근 충무로의 핫이슈로 떠오른 ‘실연(實演) 논란’ 때문입니다. 조창호 감독이 연출한 ‘다른 길이 있다’의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 서예지가 감독의 권유로 실제 연탄가스를 흡입했다는 것이죠. 조 감독은 “위계에 의한 강압적 지시가 없었다”면서도 “대부분 연기가 실제 연탄가스가 아니었으나 미량의 연탄가스가 흘러나왔음은 사실”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한 영화 제작자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는 “그러면 안 되죠…”라면서도 잔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더니 “감독의 마음이 이해는 갑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연기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연기를 잘한다’가 아니라 ‘연기 같지 않다’는 것이듯, 감독들은 배우들에게서 ‘논픽션’ 같은 연기를 끌어내고 싶어 합니다. 이번 사태는 그런 욕심이 과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대답이었죠.
할리우드에서도 비슷한 질감의 논란이 진행 중입니다.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를 찍으며 마지막 장면에서 여배우의 동의 없이 남자 배우와 공모해 실제 강간 장면을 촬영했다는 주장이 뒤늦게 화두를 던진 것이죠. 여주인공을 연기한 마리아 슈나이더는 지난 2011년 숨을 거두기 전 “이 영화 촬영 도중 강간당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는데요. 베르톨루치 감독이 지난해 말 “슈나이더는 내용을 알고 있었고, 단지 (윤활제로) 버터를 사용하는 것만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합니다.
이런 기사의 댓글을 살펴보면 “왜 싫다고, 안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 명 내지 100여 명이 모인 촬영 현장에서 감독을 비롯해 출연진, 제작진이 모두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데 “노(No)!”라고 외치기는 쉽지 않죠. 현장 분위기는 차치하더라도, 1회차 촬영 준비를 위해 투입된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그 현장을 박차고 나가며 ‘판을 깬다’는 것은 웬만한 용기로는 어렵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그리고 몇몇 감독은 이런 현장 분위기를 ‘악용’하기도 하죠.
그러나 이건 엄연한 폭력입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베르톨루치 감독의 대표작이 됐지만, 당시 19세였던 슈나이더는 이 영화 촬영 후 정신질환과 약물 중독에 시달렸습니다. 프로의식을 빙자해서도 안 되고, 예술로 포장해서도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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