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향하는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향하는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진룡 前장관 주장

“朴‘문화예술인 포용’ 약속
김기춘 부임뒤부터 어긋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9차 변론기일이 열린 25일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대통령이 직접 ‘문체부 찍어내기 인사’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혀 좌천된 것으로 알려진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과 진재수 전 문체부 체육정책과장 등 ‘인사 전횡 사건’을 폭로한 인물이다. 또 그는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반대하는 문화예술인을 포용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김기춘(78) 청와대 비서실장 등장 이후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전두환정부 이후로 이런 리스트는 다 파기됐고, 없어졌다”며 “자기편에 더 주고 싶은 것이야 모든 정권에 있을 것이지만, 체계적·조직적으로 명단을 만들어 관리한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의 탄핵 소추 사유 중 대통령의 권한 남용 부분을 입증할 주요 증인으로 꼽힌다. 이날 유 전 장관은 문화계 인사 조치와 관련해 “대통령이 수첩을 보고 두 사람(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을 정확히 거론하며 ‘이 사람들은 참 나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며 “원래 대통령이 국장이나 과장 이름을 거론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문제는 장관인 저에게 맡겨 달라 제안했는데, 박 대통령이 역정을 내며 ‘인사 조치하세요’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보고를 마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급 공무원 일괄 사표와 관련해서도 “세월호 이후 6월 다시 조현재 당시 문체부 1차관이 비서관을 통해 ‘블랙리스트’ 명단 하나를 가져왔다”며 “이를 실행하라는 지시를 받고, 저와 1급들이 모두 ‘다 말이 안 된다’고 합의했는데, 그렇게 합의했던 1급들이 나중에 선별돼 강제퇴직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응징·제재 등의 사안은 구두로만 내려왔고, 블랙리스트 명단은 누군가 자필로 쓴 것이었는데 최소 수십 명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정권 출범 초기에는 상당 기간 박근혜정부에 적대적인 인사들도 끌고 가려 했으나, 2013년 8월 김기춘 비서실장이 오고 난 이후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단순히 총리 한 명의 사표가 아니라, 국무위원 전체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제안했다”며 “그 당시 김 실장이 ‘감히 대통령이 임명한 당신들이 스스로 그만두겠다는 불경한 자세를 보이느냐’고 화를 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연·김기윤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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