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화랑도의 정신을 상징하는 세속오계를 실천했던 화랑들의 사랑과 우정을 다룬다. 천민촌에서 이름도 없이 자유롭게 생활하던 무명(박서준)이 죽마지우 막문(이광수)의 진짜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천인에게 금지된 성문을 넘어 왕경에 숨어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명은 이름을 짓지 말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 때문에 갖게 된 이름인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운명처럼 삶에 대한 미련 없이 바람처럼 살던 인물이다. 원래 이름이 선우였던 막문의 옷과 통행패를 들고 성문을 넘어 왕경에 있는 안지공(최원영)의 집에 갔다가 아로(고아라)를 만나 선우의 이름으로 오라비 행세를 하게 된다.
아로는 진골 아버지와 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귀족도 천인도 아닌 신분으로 집안 생계와 살림을 책임지면서 살고 있었다. 그녀는 연애를 포기했고, 반쪽 신분을 물려주는 게 싫어서 혼인과 출산을 포기한 신라시대의 삼포세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궁에 들어가 녹봉을 받으며 말년까지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지만, 진골 아버지가 있다는 이유 때문에 번번이 궁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녀는 10년 전에 사라졌다 나타난 선우가 진짜 오라비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혼란에 빠진다. 동시에 사람 속을 있는 대로 후벼 파고 약을 올려 할 말을 잊게 만드는 삼맥종(박형식) 때문에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된다.
삼맥종은 네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일곱 살에 왕권을 물려받았는데, 왕위 계승권을 지닌 진골 귀족들의 표적이 되면서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은폐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는 신국 황실의 유일한 성골 왕비이자 어머니인 지소태후(김지수)가 아니면 자신이 왕임을 입증받을 길이 없는 불안한 존재이다.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으로 어머니 지소를 향한 지독한 뒤통수라는 뜻의 ‘지뒤’라는 가명을 선택했다.
삼맥종은 왕권 강화를 위해 화랑 창설을 준비하고 있던 어머니의 마음을 어지럽히겠다면서 화랑이 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화랑이 되기로 결심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죽음의 공포 앞에 놓인 얼굴 없는 왕 대신 화랑이라는 안전한 신분이 필요했던 것이다. 선우라는 이름을 갖게 된 무명 또한 천인 신분이면 그 목숨마저 하찮게 여기는 골품을 깨부수기 위해 화랑이 되었다.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된 삼맥종과 선우는 아로를 사이에 두고 갈등하면서 신라시대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 드라마는 6세기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21세기 청춘들이 사용하는 감각을 차용한 연출이 돋보이는 퓨전사극이다. ‘세속오계’의 정신으로 왕권을 차지하기 위한 기득권 세력들의 음모와 계략에 맞서는 화랑들의 활약상이 지금 우리 시대 청춘들에게 어떤 울림을 남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골품제를 뛰어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신라시대 아름다운 청춘들의 도전정신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미래 세대의 주역인 청년들의 열정과 패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절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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