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시인 때문에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역에서 단 한 번 상을 받은 이후 지난 20여 년을 시 쓰는 흉내만 냈습니다. 제겐 너무나 절박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문화일보를 통해 돌아오지 못할 길에 들어섰습니다. 주위에서 시인이라고 불러주십니다. 하지만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독하게 살겠습니다.”(시 부문 당선자 진창윤 씨)
‘2017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24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문화일보사 7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진창윤(52·시), 문은미(35·단편소설), 김수연(34·동화), 이진경(33·문학평론) 씨 등 올해의 당선자 4명이 참석해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당선자들은 감동과 응원의 박수 속에 한국 문단의 새내기로서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4830편의 응모작 중 선택된 단 4편의 주인공인 만큼 당선자들의 수상소감은 뜨겁고 울림이 컸다.
50대의 진창윤 씨는 늦깎이 등단에 수줍어하면서도 작품 활동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그는 “그동안 그림으로 생계를 꾸리며 시를 썼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면서 “시에 대해 다시 눈 뜨게 해준 우석대 대학원 선생님들, 그리고 끝까지 저를 믿고 응원해준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인 문은미 씨는 “도망치고 싶을 때가 많았다. 신춘문예 도전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그럼에도 언제나 곁을 지켜준 가족과 선생님들, 그리고 문학의 길을 내어주신 심사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동화 부문 당선자인 김수연 씨는 “혹시 내 길이 아닌지 몇 번씩 자문했는데 이번 당선 소식은 정말 큰 선물”이라며 “오늘의 각오를 잊지 않고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문학평론 부문 당선자인 이진경 씨도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동안 미끄러지고 어긋나기만 했던 것 같은데 정말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며 “영원한 내 편인 남편, 딸 걱정에 잠 못 이루던 엄마, 심사위원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 문학을 짊어질 주역들의 탄생에 심사위원과 관계자들도 축사와 격려사로 화답했다.
이병규 문화일보 회장은 “오늘의 수상을 창작의 동력이자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좋은 작품을 많이 써 달라”면서 “문화일보를 따뜻한 고향처럼 여겨달라. 우리도 한국 문학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사위원단을 대표해 격려사를 전한 정호승 시인은 “모죽이라는 이름의 대나무가 있다. 모죽은 심은 뒤 5년 동안은 30㎝ 크기로 거의 성장을 보이지 않다가 5년이 지나면 두 달 만에 30m까지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룬다. 모죽의 이런 경이로운 성장을 ‘폭발적 성장’이라고 한다”며 “한국문학은 당선자 여러분의 폭발적 성장을 기다리고 있다. 모죽처럼 오늘 이 당선을 기점으로 폭발적 성장을 이뤄내길 빈다”고 당부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황동규·정호승·김기택(시), 김원우·구효서(단편소설), 김서정·황선미(동화), 서영채(문학평론) 등 심사위원들과 문화일보 관계자, 당선자 가족과 지인 등이 참석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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