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의 중국 공연이 느닷없이 취소됐다. 다음 달 19일부터 베이징·상하이·광저우를 순회 공연할 예정이었는데, 중국 당국으로부터 그런 통보를 받은 것이다. 3월 18일 예정된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중국 구이양 심포니와의 협연도 취소됐다. 한한령(限韓令), 롯데 중국법인의 세무조사 및 소방 점검,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을 이용한 중국의 한국에 대한 압박이 노골화하는 가운데, 이젠 클래식 예술 공연을 막는 데까지 번진 것이다.

일단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23일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 정부가 정치적 긴장을 빌미로 한국의 클래식 연주자들을 희생양 삼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최근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사드 압박을 넘어 중국 문화와 산업을 보호하려는 조치로도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가을 개최될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중국 내셔널리즘과 문화대국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 흐름들이 겹치며 중국 대중문화에서 비중이 높은 한류(韓流)까지 희생양이 된 것이다.

클래식 공연까지 막는 중국의 행태는, 덩치만 큰 대국(大國)일 뿐 실제로는 동네 깡패처럼 주먹을 휘두르는 소인배(小人輩)국가라는 민낯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7일 다보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세계가 보호무역주의에 노(no)라고 말해야 한다”고 자유무역(自由貿易)을 강조하면서 “중국 시장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제네바의 유엔 사무국에선 “강대국은 소국을 평등하게 대우하고 패권 추구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상황을 종합할 때 가증스러운 위선이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은 올해, 중국에 대한 입장을 냉정하게 재정립해야 할 상황이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