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값싼 비금속으로 비싼 금속을 만드는 연금술의 기원은 3~4세기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근대 금속공학의 기초가 확립된 18세기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현대판 정치적 연금술이 한국에서 횡행하고 있다.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겠지만 ‘단발성’일 것이다.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로 필요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면 ‘영구운동법칙’이 작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모터가 발전기를 돌리고 발전기로 모터를 돌린 셈이다.

일자리 창출은 공통된 정책 목표이지만, 접근하는 방식은 천양지차다.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민간 기업에 의해 창출되기 때문에 시장을 신뢰하는 것이 정석이다. 국내에선 반(反)트럼프 정서가 강하지만 그는 정도(正道)를 택했다. 법인세 인하, 소득세 감세 등을 포함한 ‘성장 친화적인 세제 개혁’과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규제 혁파’를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우리 대선 주자들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금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주장한다. 예산 투입을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모병제 도입이 여기에 속한다. ‘분배를 통한 성장’으로 ‘소득주도성장’과 ‘기본소득 제도’도 제시됐다.

야권의 한 의원은 ‘공공부문 일자리 80만 창출’을 주장한다. 소방·경찰·사회복지사 등으로 추정되지만 과도한 수치다. 공공부문과 연계된 민간부문에서 고용이 창출되지 않으면 ‘공공부문의 비대화’를 피할 수 없다. 모병제는 남북 분단 현실을 고려할 때 일자리 대책이 될 수 없다.

‘소득주도성장’은 가계 가처분소득을 높여줘야 소비가 늘고 경제가 회복된다는 논리다. 근로자의 임금 인상과 최저임금 현실화로 집약된다. 여기에 중소기업이 임금 인상 여력을 가질 수 있게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올려줘야 한다는 주문이 추가된다. 소득주도성장에서 말하는 소득은 노동소득(임금)이다. 성장해야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데, 소득주도성장은 인과관계를 도치시키고 있다. 성장 페달을 밟아 분배할 것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결코 낮지 않다. 노동소득분배율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잠시 떨어졌을 뿐 2010년 59.4%를 거쳐 2015년에는 62.6%로 올라섰다. 자영업자 영업이익에 숨어 있는 임금 부분을 합치면 노동소득분배율은 이보다 훨씬 커진다. 이 같은 관점에서도 소득주도성장은 타당성을 상실하게 된다.

‘기본소득’은 보편적 분배의 한 형태로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보장해 주는 제도다. 기본소득 제도는 기존 각종 사회보장 혜택을 없애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한국의 복지제도는 너무 많고 복잡해 규모와 내용을 누구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 주장에는 현재 시행 중인 복지제도 폐지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다. 재정 팽창만 부를 뿐이다.

성장 담론이 빠진 일자리 대책은 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부자 증세와 법인세율 인상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법인세율 인상이 법인세 세수 증가를 가져온다는 보장이 없으며, 부자 증세는 이미 세수 집중도가 꼭지에 와 있어 세수입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 임금 소득자의 무려 48.1%가 직접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예산으로 일자리 만들기는 ‘나라 곳간’을 허무는 일이다. 성장 담론 없는 고용 대책만큼 공허한 건 없다. 정치인 자질이 국가 리스크로 작용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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