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과 ‘표현의 자유를 향한 예술가들의 풍자 연대’가 주최한 그림전 ‘곧, BYE! 展’에서 현직 대통령을 나체로 패러디한 ‘더러운 잠’ 때문에 표 의원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그림의 작가가 아니라, 표 의원이 관심 집중의 대상이 된 건 흥미로운 일이다. ‘풍자 연대’의 전시회가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대통령이 탄핵 중인 시점에 국회라는 공간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국회와 국회의원의 본래적 기능은 예술 작품 전시가 아니라, 국정을 논의하고 입법과 함께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다. 이런 기능을 엄중하게 수행해야 할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정치 풍자화 전시회를 개최했다는 것 자체가 본연의 역할을 벗어난,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을 한 것이다.
잠은 그냥 잠이고, 잠은 건강을 위해 필수적이다. 깨어 있어야 할 때 깨어 있지 않고 자고 있었다면 그것은 부적절한 잠이지 더러운 잠은 아니다. ‘더러운 잠’이라는 이상한 제목의 이 그림은 이제 ‘더러운 그림’이 됐다. ‘더러운 잠’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마네가 1865년 살롱전(展)에 출품한 ‘올랭피아’는 격렬한 조롱과 비난을 받았다. 분노한 파리 시민들이 이 작품을 훼손하려 해, 사람의 손이나 막대가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으로 옮겨 전시됐다. 이 그림이 시민들의 공분을 산 것은 창녀의 노골적인 모습을 묘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파리 시민들이 공적인 장소에서 이렇게 노골적인 그림을 보면서 느낀 수치심이 그림에 대한 공격으로 표현됐던 것이다.
‘올랭피아’의 주인공은 깨어 있지만, ‘더러운 잠’의 주인공은 자고 있다. 옆 사람은 꽃다발 대신 주사기 다발을 들고 있는 최순실이다. 주인공의 몸 위에는 강아지 두 마리와 사드, 안경을 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 그림이 놓여 있다. 배경 사진에는 침몰하는 세월호가 보이고, 침대 옆에 놓은 국기에는 태극 문양 대신 대통령의 얼굴이 있다. 이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더러운 잠’도 현 시국에 대한 자기 나름의 표현이다. 자유주의 사회는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표현에도 넘지 말아야 할 금선(禁線)이 있다. 이 선을 지키지 않으면, 그림은 예술품이 아니라 쓰레기로 전락한다. 24일 전시장에 패대기쳐진 ‘더러운 잠’에는 예술적 상상력이 없어 수준 높은 풍자화가 되지 못하고, ‘더러운 그림’으로 낙인찍혔다.
작가는 이 그림을 통해 탄핵 중인 대통령을 풍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림을 통한 정치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관심은 이 그림과 관련된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나 예술과 외설, 예술과 정치의 관계에 대한 복잡한 이론적 논란이 아니다. 대통령을 도를 넘게 풍자한 그림을 국회에서 전시함으로써 국회를 국정 논의의 장이 아니라 예술을 빙자한 저질(低質) 정치의 장으로 전락시키고,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엄중한 순간에 또 다른 방식으로 ‘국정농단’을 자행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 대내외적으로 위급한 상황에 봉착해 있다. 리더십의 공백 속에서 경제 침체와 소득 격차, 사회적 갈등의 심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변화가 한반도와 우리 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더러운 잠’으로 추문에 빠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회는 국정 논의의 장 기능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