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도쿄 시간이다. 워싱턴은 오전 9시, 아베는 크램프가 출근할 시간에 맞춰 통화 요청을 한 것이다. 크램프가 가만있었으므로 아베는 쏟아붓듯 말을 이었다.
“한국은 부산 앞바다를 어선들로 뒤덮어 시위하더니 집결한 군인들을 계속 TV로 비추고 있습니다. 우리를 위협하는 거지요. 전쟁을 하겠다는 겁니다. 선전 포고도 없이 침략을 하겠다는 겁니다!”
“…….”
“우리가 먼저 총 한 방이라도 쏘기를 기다린다는 보고도 받았습니다, 각하.”
“그럼 안 되지요.”
마침내 수화구에서 크램프의 목소리가 울렸다. 스피커로 연결되어 있어서 총리 집무실에 앉아 있던 아소 부총리와 이나다 방위상, 정보실장 도쿠가와가 제각기 긴장했다. 그때 크램프가 말을 이었다.
“그럼 한국 측 작전에 말려드는 겁니다, 총리 각하.”
“대통령 각하, 한국은 지금 도발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놔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국민은 전쟁을 예상하고 있단 말씀입니다.”
다시 크램프가 침묵했고 아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북한군 장성 하나는 어제 전쟁이 일어나면 핵을 써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알고 계시지요?”
“들었습니다.”
“그럴 수가 있는 겁니까?”
“…….”
“모두 서동수가 만든 계획적 도발입니다, 대통령 각하.”
“…….”
“우리는 동맹국 미국이 대한민국에 강력한 경고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이건 예전의 북한보다 더 저질인 불량국가가 탄생한 것입니다.”
“…….”
“김동일이 내일 부산으로 내려오면 곧 대마도를 침공할 것이라고 합니다.”
“…….”
“그때는 부산에 집결한 50만 병력 중 30만은 수장될 것입니다.”
매일 수많은 통계를 수없이 많은 조사 기관에서 보도하고 있다. 그것이 수많은 언론기관을 통해 발표되는 바람에 한·일 양측 국민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부터 라면값의 시간별 동향까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아베가 호흡을 조정했다. 한국군 30만을 수장시킨다는 통계도 나왔다. 그러나 대마도는 결국 점령된다. 대마도를 점령한 여세를 몰아 이키섬까지 한국군이 진출할 가능성은 96%, 거기서 규슈 본토까지 온다는 통계가 88%다. 거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6시간에서 52시간, 한국의 어느 조사기관은 일본 전역을 석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6일로 잡았다. 144시간이다. 자위대는 항복하고 일본 각 지자체는 ‘전쟁중지’ 성명을 발표하며 ‘한·일 합방’ 조약에 서명을 한다는 것이다. 아베도 많이 들어본 말이다. 그때 크램프가 헛기침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