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누아르의 여인들 47점 한국에
지난해 국내에 번역 소개된 저서 ‘미술관 100% 활용법’에서 기획자이고 작가이며 문화 기업가로 유럽에서 활동 중인 요한 이데마는 ‘미술은 벽에 걸려 있는 사물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사람과 만날 때만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단언했다. 매년 그렇지만 이러저러한 사정 때문에 귀성길에 오르지 않는 이들에게 설이나 추석 연휴는 이데마가 권했듯이 미술관을 찾아 ‘사건’ 같은 미술작품과의 만남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 설 연휴에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등 서울시내 주요 미술관들은 쉬는 날 없이 미술애호가들을 맞는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아 교통 접근성이 가장 좋다고 알려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와 함께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꼽히는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1928∼2000)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훈데르트바서는 회화와 건축, 환경보호운동을 넘나든 종합 예술가다. 특히 이번에는 화려하고 대담한 컬러로 ‘색채의 마술사’란 호칭을 그에게 안겨준 회화작품이 대거 전시돼 주목을 받고 있다. 140여 점의 작품 중 100여 점이 회화작품이다.
전시를 기획한 ㈜스타앤컬쳐는 설 당일인 28일에는 어버이 공경프로모션의 하나로 만 60세 이상의 관람객에게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또 27일과 30일에는 어린이들이 훈데르트바서처럼 ‘건축 치료사’가 돼 건축물을 그려보는 ‘훈데르트바서 키즈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입장료 7000∼1만5000원. 02-399-1000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도 연휴 기간 모든 전시장의 문을 열고 관람객을 맞는다. 한가람미술관에서는 3월 5일까지 체코 출신으로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인 알폰스 무하(1860∼1939) 회고전이 열린다. 순정만화의 여자 주인공처럼 치렁치렁한 머릿결과 하늘거리는 드레스의 그림들이 특징인 그의 ‘아르누보’풍 양식은 당대 작가뿐 아니라 현대의 그래픽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불어넣었다. 5000∼1만5000원.
같은 건물에서는 한·불 수교 130돌을 맞아 프랑스 오르세미술관의 주요 소장 그림 130여 점을 선보이는 ‘프랑스 국립 오르세미술관전-이삭줍기’ 전도 열리고 있다. 밀레의 ‘이삭줍기’, 고흐의 ‘정오의 휴식’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걸작 다수를 만날 수 있다. 3월 5일까지 계속되며 입장료는 6000∼1만3000원.
건축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코르뷔지에 전’을 찾는 것도 의미 있는 설연휴를 보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르코르뷔지에(1887∼1965)는 프랑스, 일본 등 7개국에 있는 자신의 건축물 17개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인증을 받을 정도로 근대 건축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르코르뷔지에의 드로잉과 도면, 유화, 기록사진 등 유품 500여 점이 소개된다. 8000∼1만5000원.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는 ‘인상주의 회화의 거장’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의 유명한 여인상 그림들을 만날 수 있는 ‘르누아르의 여인’ 전이 3월 26일까지 계속된다. 이번에 전시되는 47점의 작품에는 어린 여자아이부터 10대 소녀, 여성 노동자, 시골 아낙네, 귀부인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계급의 여성들이 망라돼 있다. 8000∼1만3000원. 1577-2698.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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