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정치학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그의 선거 캠페인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구호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미국을 위한 각론으로 ‘강한·부유한·자랑스러운·안전한’ 미국을 설파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정책을 표방하면서 우방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는 1970년대 초 미국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미국은 냉전기 미·소 간의 경쟁 속에서 불필요한 대외 개입으로 인해 국력의 소진을 경험했고, 그 반향으로 패권 유지를 위해 데탕트 시대를 여는 외교정책의 대전환을 모색했다.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에 새로이 접근하면서 오늘날의 대만을 유엔에서 축출하는 데 동조했다. 미국의 핵우산에 안주하고 있던 한국은 국제사회의 새로운 현실에 눈을 뜨면서 자주국방의 길로 나아갔다.

2017년의 오늘, 미국은 주요 2개국(G2)으로 성장한 중국을 견제하고자 러시아에 접근하면서 대만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도모하려 한다. 북핵(北核) 문제 해결에 매달려온 우리는 미국의 소극적 개입주의 및 실용주의 외교 노선에 적지 않게 당황하면서 그 탈출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냉전기 소련이 단지 안보적 위협의 대상이었다면 오늘날의 중국은 경제적 파트너이기도 해서 우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오늘날의 세계에는 두 가지 커다란 변화의 흐름이 있다. 이는 나라 밖으로 국가이익주의, 즉 경제적 국가주의이고, 국내적으로는 민중주의이다. 지난해 영국에서의 유럽연합(EU) 탈퇴, 곧 브렉시트에 이은 미국에서의 신(新)고립주의 행정부의 등장은 세계사적 흐름을 통합에서 균열로 바꾸어 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의 FTA를 비판하고 공정무역 조성이라는 미명 아래 갈등을 초래하는 새로운 보호무역주의를 견인하고 있다.

한편, 국내를 돌아보면 서방 국가 내의 실업 문제 등 경제적 어려움이 이주민에 대한 거부감으로 비화하면서 인종, 민족 및 종교 간 분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 유럽은 새로운 분열을 경험해왔다. 편향된 민중주의가 난무하는 가운데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균열의 불씨가 번져가고 있다.

1990년대 초 우리는 세계화의 시대를 맞아 국내외적으로 통합의 장밋빛 청사진을 꿈꾸었다. 세계화·정보화·통합은 함께 가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통합이라는 단어가 이제 균열로 비치고 있다. 2017년 오늘,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외교적 삐걱거림 속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미국이 자유무역(FTA)의 맹주 위치에서 흔들리자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다보스포럼에서 FTA의 중심에 중국이 있을 것임을 드러냄으로써 다른 국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사회 일각에서는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접근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낡은 사고방식이다. 경제적 국가주의 흐름의 국제사회에서 더는 균열을 유발하는 행위자 중심의 외교적 사고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우리가 주인이 되는 외교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외교적 사고를 통합적인 이슈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우리의 내부를 들여다보자. 우리는 ‘정부 실종’의 어려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터널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다. 오늘날 서구국가에서 나타나는 민중주의는 배타주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기득권층에 대한 거부감, 이주민에 대한 거부감 등 이 모두는 통합(integration)이라는 슬로건 아래 새로운 균열을 정당화한다. 민중주의가 진정한 국민주권주의로 승화되지 않고 극단적인 집단이기주의가 된다면 이는 통합이 아닌 또 다른 균열의 길로 가게 된다.

광화문의 촛불이 진정한 국민 주권주의의 구현이 되고 국제사회의 경제적 국가주의가 진정한 공정무역주의의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 그 경우에만 통합의 길이 열릴 것이다.

우리나라가 우리의 일에 중심이 되는 ‘주인 외교’를 수행하고,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말한 대로 ‘잊힌 사람들(forgotten people)’이 없는 모든 국민이 주권자가 되는 국민주권주의가 실현될 때 우리나라는 ‘위대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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