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은 가부(可否) 어느 쪽으로 결정되든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이미 헌재(憲裁)를 압박하는 촛불·태극기 시위가 이를 예고하고 있다. 5000만 명이 넘는 국민의 생각도 각양각색이다. 이럴수록 ‘헌법’이라는 유일 잣대가 중요하다. 특히, 탄핵소추 당사자인 국회 측과 이에 맞서는 대통령 대리인단이 오직 헌법의 법리(法理)로 다투고, 헌재 심판에 깨끗이 승복해야 국가적 불행을 다소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5일 공개 변론에서 벌어진 탄핵 심판 ‘선고 시한’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는 31일 임기 종료로 퇴임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까지 끝나는 3월 13일 이전에 선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날을 넘기면 7명이 재판해야 하는 헌법적 비상상황이 벌어져 심판 결과가 왜곡될 수 있으므로 심판 지연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리인단은 국회 탄핵소추단의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전날 인터뷰에서 ‘3월 9일쯤 탄핵을 인용할 것’이라고 말한 것 등을 들어 헌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박 소장이 “무례하다. 공정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무리한 증인 신청 요구도 들어줬다”고 비판하자 대리인단은 퇴정 후 “중대결심을 할 수 있다”며 대리인단 총사퇴 배수진까지 시사했다.
박 소장의 발언에 대해 신중하지 못했다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헌재 수장으로서 헌정 질서를 수호하고 국정 공백을 줄이기 위한 마지막 고언으로 보는 것이 옳다. 상식적으로나 법리적으로도 타당하다. 나아가 심판 일정을 예측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가적 혼란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헌법재판소법이 ‘변호사 강제주의’를 택하고 있는 만큼 대리인단 총사퇴는 결코 없어야 한다. 그러나 만약 현실화하면 ‘심리 지연이 목적일 때는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는 법리 해석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헌재는 촛불에도, ‘태극기’에도, 사퇴협박에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직 헌법에 입각해 공정한 결론을 신속히 도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