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워싱턴 국토안보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위해 펜 뚜껑을 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워싱턴 국토안보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위해 펜 뚜껑을 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NYT “유엔 재정지원 축소 등
구체적인 행정명령 준비” 보도
다자조약 가입도 전면 재검토

트럼프 “유엔은 사교클럽 불과”
국제기구에 대한 불신 드러내


취임 전부터 전 지구적 문제에 대응하는 국제기구에서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축소하겠다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현격히 줄이고 국제적 이슈에 대한 다자간 조약을 재검토하거나 잠정적 폐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NYT가 입수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기구에 대한 미국 분담금 회계조사 및 삭감’과 ‘새로운 다자조약 중지’ 등 두 가지의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기구 분담금 삭감에 대한 행정명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준에 맞지 않는 국제기구에 대해 분담금 지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해당 기준으로는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 대해 완전한 회원 자격을 부여한 기구 △낙태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기구 △대(對) 북한·이란 제재를 회피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기구 △테러지원국의 통제하에 있거나 상당한 영향을 받는 기구 △소수자 단체 박해나 조직적인 인권침해 단체 등이 제시됐다. 또 이 행정명령은 미국이 국제기구에 잔류함에 있어 현행 분담금보다 ‘최소 40% 감액한다’라는 조항도 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유엔은 대단한 잠재력이 있는 기구지만 지금은 그저 사람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는 사교클럽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유엔 등 국제기구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바 있다.

이 행정명령이 발동된다면 유엔에서 미국의 역할이 크게 축소되면서 미국 분담금과 기여금에 의존하고 있는 유엔의 전반적 활동에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2017년 현재 유엔 전체 경비 중 미국은 회원국 중 최대인 22%, 6억1083만 달러(약 7122억 원)를 부담하고 있다. 이 가운데 40%인 2억4433만 달러(약 2848억 원)를 줄이면 분담금 비율 2위인 일본(9.68%, 2억6876만 달러)의 분담금과 비슷한 규모의 경비로 한꺼번에 축소되는 셈이다. 이 행정명령은 분담금 축소에 대한 위원회를 구성해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국제형사재판소(ICC), 미국의 주요 정책에 반대하는 국가에 대한 개발원조, 유엔 인구기금(UNFPA) 등에 대한 미국 분담금의 적절성을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다자조약 중지에 대한 행정명령은 현재 미국이 가입해 있거나, 가입을 논의하는 모든 다자조약을 재검토해 미국이 어느 조약에서 탈퇴해야 할지를 정하겠다는 게 그 요지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의 국가안보, 범죄인 인도, 국제 통상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다자조약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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