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면에서 설 연휴를 겨냥한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 속 배우 류준열은 쉽게 정의 내리기 쉽지 않은 배우가 될 것으로 보인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무뚝뚝하면서도 은근히 사랑하는 여인을 챙기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목포 출신 건달 최두일 역을 맡아 비릿한 냄새를 물씬 풍긴다. 이건 마친, 여전히 길들여지지 않은 배우 류승범의 초창기 모습을 보는 듯하다.
“류승범 선배님의 야생성을 닮았다고요? 어휴... 과분한 칭찬이죠. 남자 배우 중 류승범 선배님의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 배우가 있을까요? 제게 야생성이 보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기할 때 관객이 여러가지 해석을 내놓을 수 있도록 감정을 잘 숨기려 노력하는 편이에요. 너무 드러내지 않으려는 거죠. 그래야 전형적인 모습보다는 날 것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캐릭터와 연기가 주는 즐거움에 집착하는 편이에요.”
‘더 킹’은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인성-정우성이라는 걸출한 틈바구니에서 류준열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일군 성과라 더욱 값지다. 특히 학창시절 우상처럼 여기던 두 배우와 한 프레임에 담긴다는 것이 적잖은 기쁨을 줬다.
“1위에 올라 얼떨떨한 기분이었어요. 함께 참여한 영화가 잘 된다는 것은 언제나 감사하고 기쁜 일이죠. 특히 조인성 선배님은 오랜 기간 팬으로서 바라봤는데 다섯 살밖에 차이가 안 나더라고요.(웃음)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 연기했던 것 같아요.”
류준열이 연기한 들개파 부두목 두일은 외로운 인간이다. 들개파 내부에서도 적이 생기고, 안팎으로 입지가 줄어들지만 고향 친구 태수(조인성)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인물이다. 류준열은 두일로 완벽히 변신하기 위해 매번 3시간에 걸쳐 문신 분장을 받으며 철저히 고립된 상황 속에 자신을 가뒀다.
“검사들이 주인공이 드라마고 저만 건달이죠. 뭔가 동떨어진다는 느낌이었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권력자와 권력 주변 인물의 이야기이고 그 중 하나가 조폭’이라고 하셨죠. 어느 순간에는 검사가 조폭같이 보이는 순간이 있는 영화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3시간에 걸친 문신을 마치고 거울 앞에 서서 제 모습을 봤을 때 소름이 끼쳤어요. 그런 제 모습을 보는 건 설레는 작업이죠.”
그의 사투리 연기 역시 일품이다. 때로는 구수하고, 때로는 오싹함을 주는 전라도 사투리를 능수능란하게 연기하며 ‘더 킹’에 숨을 불어넣었다. 사투리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곁에 두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습한 결과다.
“어머니가 전라도 출신이세요. 그래서 전라도 사투리 연기에 다가가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사투리 말투 하나하나에 신경쓰기보다는 감정 표현에 집중하고 캐릭터에 몰입하려 노력했죠. 사투리 선생님이 대사를 읽어주는 것을 녹음해서 수시로 들으며 발음을 익혔어요.”
1년 전 류준열은 ‘응답하라 1988’의 정환으로 각광받았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그 사이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의 주연을 맡는 등 류준열은 활동폭을 넓혔다. 과연 1년 전과 지금, 류준열은 스스로 어떻게 다르다고 느끼고 있을까?
“시간이 얼마 안 지났다고 생각해요. 크게 바뀐 게 없죠. 주위에서 저에게 연기에 관한 질문을 더 많이 해주시는 건 달라진 것 같아요. 한번은 ‘어떻게 처음 연기를 시작했냐?’는 질문을 받고 굉장히 새로웠어요. 처음의 저를 다시 돌아보며 감회가 새로웠어요.”
‘더 킹’은 굉장히 직설적인 영화다. 대한민국을 주무르려는 권력자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역대 대통령의 모습과 이름을 직접 사용하기도 한다. 곳곳에 실제 뉴스 화면을 배치해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도 준다.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과 겹쳐보이는 착시 현상도 일으킨다. 이런 내용을 연기하는 배우로서 부담은 없었을까?
“ 큰 부담은 없었어요.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픽션이니까요. 관객들도 영화로서 ‘더 킹’에 접근할 것이고, 9시 뉴스에 나오는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외부적인 요인을 고려하기 보다는 ‘이 작품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어요. 모든 것을 다 쥐고 갈 수는 없는 만큼 ‘초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을 반복하며 오직 연기에 몰두하려 노력했죠.”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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