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내일 그대와’… 지하철로 넘나드는 시간여행자
OCN ‘터널’… 미래로 간 형사의 고군분투기
SBS ‘사임당, 빛의 일기’… 뫼비우스 띠처럼 이야기 연결
시간은 흐른다. 일방통행이다. 거스르는 법이 없다. 하지만 인간은 꿈꾼다.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10년 전으로 간다면 인생을 새롭게 살 것이고, 하루 뒤로 간다면 로또를 살 것이며, 5분 전으로 간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불가능한 상상은 드라마를 통해 눈앞의 현실이 된다. 미래에서 누군가 찾아오고,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기도 한다. 현실의 삶이 팍팍해서일까? 시간을 변주하는 판타지를 담은 드라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대중은 호응하고 있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통상 ‘타임슬립’ 혹은 ‘타임워프’라 부른다. 1985년 제작된 ‘빽 투 더 퓨처’가 원류라 할 만하고 국내에는 2013년작인 tvN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이 시작점이었다. 이후 ‘달의 연인’ ‘닥터진’ ‘신의’ ‘옥탑방 왕세자’ 등 비슷한 소재를 다룬 드라마가 연이어 제작됐다.
그 바통은 2월 3일 처음 방송되는 tvN 새 금토드라마 ‘내일 그대와’가 이어받는다. 시간여행자(이제훈)와 그의 아내(신민아)의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는 지하철을 매개로 미래와 현재를 넘나드는 설정이다. 연출을 맡은 유제원 PD는 “지하철은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판타지를 일상에 접목시킨다면 감정 이입이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며 “서울역과 남영역 사이에 정전되는 구간이 있는데 그곳을 지날 때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배우 최진혁의 컴백작으로 3월 방송되는 OCN ‘터널’ 역시 타임슬립 드라마다. 과거의 형사가 미래로 온 후 미제 사건 해결하려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지의 터널에 들어간 후 미래로 가게 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과거와 현재의 소통을 통해 진실에 접근해간다는 이야기 구조 때문에 ‘제2의 시그널’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과거와 미래가 맞닿는다면
케이블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tvN ‘도깨비’와 20%가 넘는 시청률로 25일 종방된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은 시간 여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타임슬립 드라마라 볼 순 없다. 하지만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는 병렬 구조를 통해 두 시대가 연결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측면에서 궤를 같이 한다.
이런 구조의 드라마는 계속된 시간 여행 드라마에 피로감을 느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부여했다. 조선 시대 때 외계에서 와서 400년 동안 한반도에 살며 과거와 현재를 관통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별에서 온 그대’를 비롯, 무전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형사를 연결시킨 ‘시그널’도 이 같은 구조다.
26일 처음 방송된 SBS ‘사임당, 빛의 일기’는 조선시대 여류 화가 사임당과 현재의 미술사 교수 서지윤의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하며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시도한다. 배우 이영애가 1인2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를 집필한 박은령 작가는 “시놉시스를 구성할 때 영화 ‘인터스텔라’를 재밌게 봤는데 현대의 서지윤이란 사람과 과거 사임당, 엇갈린 느낌의 뫼비우스의 띠를 생각해봤다”며 “그 여자의 간절함을 들어줄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 ‘사임당’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시간을 소재로 다룬 드라마가 잇따라 제작되는 것에 대해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에 이어 ‘내일 그대와’를 담당한 김영규 책임 프로듀서는 “시간을 정복하는 것은 인간의 오랜 욕망이었다. 실제로 이룰 수 없는 상상이 드라마를 통해 현실이 되며 대리만족을 준다. 특히 최근에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피폐한 현실에 염증을 느낀 시청자들이 타임슬립 드라마를 통해 판타지를 즐기며 심적 출구를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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