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유독 ‘천연(자연)’에 대해서는 로망을, ‘합성’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있다. 방송에서 쇼닥터나 가짜 전문가들이 얄팍한 지식으로 퍼뜨리기 시작한 ‘천연’ 찬양에 세뇌당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천연’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노이즈마케팅이 분명 한몫하고 있다.
비타민뿐 아니라 모든 순수한 물질은 식물 등 자연에서 추출한 것이든,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이든 효능과 안전성에 차이가 있을 수가 없다. ‘천연-합성’은 어디서 왔느냐는 원산지 개념에 불과하다. 같은 바다에서 잡힌 생선도 중국 배가 잡아가면 중국산, 우리 배가 잡아 오면 국내산이 된다. 같은 생선이 원산지 라벨에 따라 본질이 달라질 수가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천연이 좋다는 데엔 이런 배경이 있다. 과일 추출 천연비타민의 경우, 과일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나 비타민, 미네랄, 기타 생리활성 성분들이 함께 작용해 합성비타민보다 흡수율이 높아질 수가 있고 그래서 효능이 높을 것이라는 개연성은 있다. 그렇지만 그 양이 미미해 인체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합성물질’은 주로 석유에서 추출해 내는 것이 많아 소비자의 거부감이 크고 안전성에 의문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시중에 팔리는 합성비타민은 우리가 거부감을 갖고 있는 ‘화학적 합성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미생물을 키워 생산하는 ‘생합성(生合成)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즉 김치나 요구르트를 만드는 것과 같은 발효기술이라 비타민에 대한 ‘천연 vs 합성’ 논란은 무의미한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합성물질은 천연물에 비해 안정적이라 효능이 더 오래 유지되는 장점도 있고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 현재 시중엔 천연비타민이 없다고 한다. 타산이 맞지 않아 더 이상 판매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산 합성비타민은 나쁘고 국산은 좋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모두 근거 없는 이야기다. 중국을 두둔하는 게 아니라 중국의 생합성기술은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가 6·25전쟁으로 온 강토가 폐허가 돼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서양의 발효·합성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세계적인 중국의 칭다오(靑島)맥주가 좋은 예다.
과일주스도 온통 천연마케팅 천지다. 일반 오렌지주스보다 ‘100% 천연 착즙주스’는 몇 배나 비싸다. 물론 천연 착즙주스가 과일의 좋은 성분을 미량이나마 갖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소비자는 몇 배나 되는 비용을 아낌없이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먹어서 인체에 좋다는 효과는 입증되지 못했고, 착즙주스의 당이 천연당이긴 하나 설탕이 첨가된 일반주스보다 몸에 좋은 ‘착한 당’은 아니다.
그리고 소금에도 ‘정제염은 합성소금’ ‘천일염은 천연소금’이라는 ‘천연 괴담’이 있다. 한 방송에서 어떤 한의사와 요리사가 이야기했다고 한다. 정제염과 천일염은 화학반응을 거치지 않고 자연의 바닷물을 태양 빛이나 가열로 끓여 만든 것이라 모두가 ‘천연’이다.
사실 천연마케팅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다. 앞으로 소비자는 ‘천연-합성’을 ‘선(善)과 악(惡)’의 흑백논리가 아닌 ‘일반식품-프리미엄식품’과 같은 ‘부가가치적 장점’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