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퇴임하는 박한철(왼쪽) 헌법재판소장이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부인 윤복자 씨와 나란히 앉아 있다. 2월 1일부터 이정미(뒷줄 오른쪽)재판관이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31일 퇴임하는 박한철(왼쪽) 헌법재판소장이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부인 윤복자 씨와 나란히 앉아 있다. 2월 1일부터 이정미(뒷줄 오른쪽)재판관이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 박한철 헌재소장 오늘 퇴임

“세계 정치·경제질서 격변 속
대통령 직무정지로 중대 상황”

“헌법 개정은 정치적 목적 아닌
국민행복 보장하도록 이뤄져야”


31일 퇴임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상황의 중대성에 비춰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날 헌재에서 열린 퇴임사에서 “세계 정치와 경제 질서의 격변 속에서,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가 벌써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신속한 결론’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는 지난 25일 탄핵 심판 9차 변론기일에서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까지 탄핵 심판의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소장은 무엇보다 “헌법재판소는 지금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위중한 사안을 맞아, 공정하고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특히 대통령 대리인단 측의 반발을 고려한 듯 “남아 있는 동료 재판관님들을 비롯한 여러 헌법재판소 구성원들이 사건의 실체와 헌법·법률 위배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인 헌법수호자 역할을 다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헌재 심리의 ‘신속성’만큼이나 ‘공정성’도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역설한 발언이다.

박 소장이 이처럼 퇴임사에서 다시 한번 신속한 심리를 강조하며 2월 말이나 3월 초에 탄핵 심판 선고가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정미 재판관을 권한대행으로 하는 8인의 재판관이 2월 9일까지 총 12차례 증인 신문을 포함한 변론 기일을 연 뒤 정리를 위한 변론 기일을 1~2차례 열고 재판관회의(평의)에 들어가면 2월 말 결정이 나고 3월 초에는 선고가 가능하다. 탄핵 결정 시기가 다가올수록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박 대통령 측의 ‘지연작전’이 막판 변수다. 박 소장은 “소회를 대신하겠다”며 ‘꿈속에 난새를 타고 푸른 허공에 올랐다가 비로소 이 몸도 세상도 한 움막임을 알았네. 한바탕 행복한 꿈길에서 깨어나 돌아오니 산새의 맑은 울음소리 봄비 끝에 들리네’라는 선시(禪詩) 한 수를 읊었다.

박 소장은 또 퇴임사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개헌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박 소장은 “우리 헌법 질서에 극단적 대립을 초래하는 제도적·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지혜를 모아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며 “헌법 개정은 결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인간 존엄, 국민 행복과 국가 안녕을 더욱 보장하고 실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민주주의의 성공을 위해서는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더욱 실질화되고, 법의 지배를 통해 시민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기본적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다양한 경제적·사회적 영역에서 계층 사이의 이해관계 상충과 사회적 대립을 방치한다면 국민의 불만과 체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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