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 수정하고…공기업 지정관련 금융위 반발 美 산업용기기 등 수입 확대도 산업부 반대로 정책 문구 삭제
조기대선 가능성 속 위상 추락 내년 예산안 준비 등 차질 우려
‘영(令)이 안 서네….’
경제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최근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산업은행·기업은행 등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려다가 산은과 기은의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산은·기은 등의 ‘합동 공격’을 받고 공기업 지정을 하지 못하는 등 사실상 완패(完敗)했다. 특정 부처가 해당 부처와 관련된 사안만을 생각하는 반면, 경제총괄 부처인 기재부는 경제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다는 이유로 그동안 기재부의 논리가 관철돼 온 사례가 많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지난 26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기재부는 또다시 ‘수모’를 겪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부처의 거센 반대로 사전 브리핑까지 마친 ‘2017년 대외경제정책방향’의 자료 일부를 삭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초 기재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자는 취지로 ‘산업용 기기, 수송 장비 등 교역 활성화 방안 검토’라는 문구를 넣었다가, 회의가 끝난 뒤 이례적으로 삭제한다고 발표했다.
기재부의 ‘위상 하락’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2~3월부터 내년 예산안 준비 작업을 시작해야 하고,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준비에도 착수해야 하지만, 4~5월 조기 대통령 선거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다른 부처가 기재부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대선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다른 부처들이 내년 예산 편성과 관련된 업무에 예전처럼 순순히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경제정책방향을 짜야 하는데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타 부처가 협조할 가능성도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요즘 기재부가 ‘나토(NATO·No Action Talking Only) 부처’라는 말을 듣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문화일보 1월 19일자 17면 참조)
이에 따라 오는 2~3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주재할 것으로 알려진 규제 관련 토론회나 무역투자진흥회의 등의 자료도 기재부가 주도적으로 준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알맹이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연구소 고위관계자는 “현 정권이 불과 3개월 남짓 남았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공무원이 일이 손에 잡히겠느냐”며 “일부는 차기 대권 주자에게 줄 대느라 바쁠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좋은 정책 아이디어는 신정부 출범 이후에 내놓으려고 책상 속에 꼭꼭 숨겨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