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1일 임기 만료로 퇴임함으로써 헌재(憲裁)가 8인의 재판관으로 운영되는 비상 상황을 맞게 됐다. 박 소장은 퇴임사에서 헌법재판관 및 헌재소장으로 일했던 지난 6년의 소회 및 ‘8인 비상체제’에 대한 우려 등을 밝혔다. 이미 박 소장은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2006년 제4대 헌재소장의 4개월여 공석 이후 3차례 연속 발생하는 사태임에도 후속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10년 이상 방치한 국회와 정치권은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또 ‘소장 대행’을 맡을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 만료일인 3월 13일까지 종료되지 않으면 심판 결과가 더 왜곡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탄핵심판을 둘러싼 갈등이 날로 격화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최대한 공정성을 기하려는 박 소장의 이런 걱정은 당연한 충정이다. 설날이던 지난 28일에는 60대의 ‘박사모’ 회원이 탄핵 반대를 주장하며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다. 지난 7일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는 한 승려가 박 대통령 체포를 요구하며 분신해 사망했다. 지금까지는 촛불 세력과 태극기 세력 사이에 큰 충돌이 없었지만 탄핵 심판이 인용 또는 기각되면 어떤 양상이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지금까지 탄핵 심리에 대규모 증인 신청의 뜻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헌재가 추가로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리인단 전원이 사퇴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심리 막바지에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는 ‘카드’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의도적인 심리 방해·지연 ‘꼼수’는 국민적 반감과 국가적 혼란을 키울 뿐이다. 대리인단은 헌재의 심리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이럴수록 헌재는 신속하면서도 공정성을 잃지 않는 심리를 차질없이 진행하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해서 헌재가 국민 신뢰를 더 얻어야 그만큼 인용 또는 기각 결정 뒤의 국가적 갈등과 혼란이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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