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2월 말∼3월 초’로 예상되면서 대선 후보군(群)의 합종연횡 움직임이 급속히 가시화하고 있다. 대선 민심의 1차 고비로 여겨졌던 설 연휴를 지났음에도 ‘문재인 대세론’은 오히려 견고해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정치권이 대항 주자 찾기와 새 판짜기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연휴 동안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김종인 민주당 의원,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회동하는 등 연대를 위한 반경을 넓히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정운찬 전 총리는 지난 30일 5개 항 합의문까지 내놨다.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누구를 도울지도 관심이다.
이들은 대개 ‘중도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반기문·유승민·남경필 등 ‘보수 중도’와, 안철수·손학규·정운찬 등 ‘진보 중도’로 대별할 수 있지만, 속칭 ‘빅텐트’를 중심으로 모두 뭉칠 수도 있다. 탄핵과 대선, 어느 하나만으로도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첨예할 텐데, 두 이슈가 겹칠 경우엔 악성 시너지 효과까지 불가피할 것이다. 이미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 대결은 물론 분신·투신 등 극단적 행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만큼 ‘중도’의 강화는 절박한 과제라는 점에서, 중도를 주창하는 주자가 많은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보수 대 진보, 산업화 대 민주화 등 이념 대결이 유별난 한국 정치 상황에서 ‘중도’는 매우 어렵다. 국민도 대체로 ‘합리적 중도’보다는 ‘화끈한 극단’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지금도 여전히 온건하고 현실적인 공약보다는 포퓰리즘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벌써 군 복무기간 획기적 단축, 사드 반대, 부산 소녀상 무조건 찬성, 국토보유세, 기본소득 보장 등이 횡횡하기 시작했다.
빅텐트론(論)이 성공하려면 이런 한계들을 넘어야 한다. 국민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중도 주자들 중에 독불장군이나 무졸지장(無卒之將) 얘기를 듣는 인사가 많다. 빅텐트가 성공하려면 ‘중도 개혁’의 대의(大義)를 위해 자기희생(自己犧牲)을 마다 않겠다는 진정성이 필수적이다. 그러지 않으면 활로(活路)를 찾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