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나흘 동안 가족·친지들 간의 화제는 단연 국정 농단과 대선이었다. 그런 만큼 민심(民心)은 대선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설 이후 민심이 어떻게 흐르느냐에 따라 바람이 불 수도 있고 판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후보들이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신념과 용기를 보여 줄 때 민심을 잡았다.
대선 주자들이 수시로 변하고 요동치는 민심을 잡으려면 무엇보다도 성장(成長)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공정·공유·복지·경제민주화 모두 빈틈없이 추진해야 할 소중한 가치임에 틀림없다. 이에 못지않게 성장 담론도 무시해선 안 된다.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해법이 될 수 없다. 1946년에 집권해 23년간 스웨덴을 이끌면서 복지국가 모델의 틀을 만든 타게 엘란데르 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성장 없이 복지 없다”고 한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설 연휴 직전 MBC·리서치앤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경제성장을 가장 잘 이룰 수 있는 대선 후보로 1위 문재인 14.4%, 2위 이재명 11.7%, 3위 반기문 11.3%로 별 차이가 없었다. 골드만삭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 규모로 수입 규제를 할 경우 한국은 직간접적으로 GDP 대비 0.7%가량의 생산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선 주자들은 ‘소득주도 성장론’ ‘일자리 대통령’과 같은 구호만 외칠 때가 아니다.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미국 우선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수출 성장 전략과 한국판 경제 활성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1인당 몇십만 원씩 나눠 주겠다는 포퓰리즘 공약으론 결코 민심을 잡을 수 없다.
‘안보 협치(協治)’를 이끌 비전과 의지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 사드(THAAD) 배치와 같은 안보 이슈가 후보들 간에 찬·반이 뚜렷한 대립 쟁점으로 급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사드 배치는 한반도 방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국민의당은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이에 비해 반기문 전 총장을 포함한 보수 성향의 대선 후보들은 사드는 북핵 위협에 맞서기 위한 순수 방어용이라며 찬성하고 있다. 안보는 특정 이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최근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정부가 한·미 전략적 동맹 하에서 한 일을 선거 앞두고 찬반으로 싸워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안보를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참으로 용기 있는 발언이다. 대선 후보들이 지지층 이탈과 실패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안보·외교 분야에서만은 초당적 협치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대통령 자격이 있다.
한편,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구태에서 벗어나고 가짜 뉴스와의 전쟁도 선포해야 한다. 적폐 청산을 외치면서 ‘우리가 남이가’ ‘미워도 다시 한 번’과 같이 지역감정에 기대는 것은 위선이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가짜 뉴스를 생산해 일거에 전세를 역전시키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대선 후보들은 자신의 지지층을 향해 가짜 뉴스를 만들지도, 언급하지도, 유포하지도 말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를 죽이고 결국 후보를 죽이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가는 것 같다”고 했다. 민심도 마찬가지다. 민심을 잡으려면 국민이 진정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고 ‘원칙 없는 승리’가 아니라, ‘원칙 있는 승리’가 무엇인지 뜨겁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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