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경보·전기분야 양호 판정
2015년 점검때도 문제없이 통과
정기 점검 기간 단축 등 지적도
‘화재공제’ 사업도 지지부진
최근에야 상담사 모집 등 준비
자본금도 겨우 2억5000만원
최근 화재가 나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과 여수 수산시장에 대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사장 김흥빈)의 화재 점검이 지난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한 설비가 많아 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에 대한 정기 점검이 2∼3년에 한 번씩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년 전인 2015년에 이뤄진 소방점검에서도 두 시장의 소방설비, 전기설비 중 주요 항목 상당수가 100% 양호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화재 점검이 형식적이고 부실하게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다가 전통시장 상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시작된 ‘전통시장 화재공제’ 사업은 자본금이 겨우 2억5000만 원에 그치고, 최근 들어서야 상담사 및 손해사정법인을 모집하는 등 준비가 미흡한 실정이다. 민간보험 상품보다 저렴하지만, 자동차보험처럼 1년 만기로 매년 공제료가 조정될 수 있는 방식이고 전통시장 화재 발생도에 따라 전체 가입자의 공제료가 인상돼 향후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대구 서문시장과 여수 수산시장은 지난해 화재안전점검 대상이 아니었다. 공단이 매년 전국 1500여 개 전통시장을 나눠 한국화재보험협회, 소방서 등에 위탁해 점검하고 있어 각 시장이 2∼3년에 한 번씩 점검을 받기 때문이다. 2015년 총 773개소, 지난해 747개소, 올해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 347개소에 대한 점검이 이뤄질 예정이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와 같은 약 29억 원이 책정됐는데, 점검 대상이 점포 수가 많은 대형 시장 위주라서 숫자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공단 측은 “올해 두 시장 모두 점검 대상에 들어갔고, 서문시장은 이미 전기·소방에 대한 점검이 이뤄져 일부 다른 점검 일정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천시장의 한 상인은 “몇 년에 한 번 점검을 하기는 하는데, 시설이 워낙 낡고 열악한 상황이라 항상 불안한 마음”이라면서 “당장 보수 지원이 어려우면 점검이라도 수시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공단의 ‘전통시장 화재안전진단 종합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서문시장 제4지구(총 632개 점포)에 대해 2015년 6월 이뤄진 화재 점검(소방안전 분야) 결과는 되레 양호하다는 판정이 주를 이뤘다. 소화기는 총 632개가 모두 양호, 스프링클러설비(연결살수) 역시 632개 모두 100% 양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기 설비 역시 분배전반 632개, 차단기 632개, 콘센트 566개 모두 100% 양호 판정을 받았다. 멀티탭과 배선 상태는 총 596개 중 541개(90.7%)가 양호했다. 옥내외 소화전 등 소방공용시설도 대부분 양호 판정을 받았다. 경보설비인 감지기 및 발신기 632개 모두 정상 작동되는 것으로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화재 당시에는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들이 나오는 등 안전진단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게다가 스프링클러 가까이 물건이 가득 쌓여 있어 무용지물인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여수 수산시장(총 138개 점포) 역시 소방 분야, 경보 분야 100% 양호, 전기설비 분야도 양호 판정이 3가지 항목은 100%, 1개 항목 98.5%, 1개 항목 97.1%의 결과가 나왔다. 다만 138개 점포에 소화기가 1개만 설치돼 있는 문제는 지적됐다.
한편 공단은 지난 1월 2일부터 ‘전통시장 화재 공제 사업’을 시작했다. 1500개 시장, 20만 개 점포 중 올해까지 2만 개 점포를 가입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공제 상담사, 화재 발생 시 사고조사를 통해 손해액을 평가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위탁 손해사정법인에 대해 1월 초 공고를 내고 현재 선정 작업 중에 있다. 이미 2일 사업이 시작돼 가입한 곳이 57곳인데, 이곳 중에서 갑자기 화재가 나면 대응이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 상품 이해, 홍보 등을 돕는 상담사들은 손해보험사 소속인 경우가 많아 이들이 다른 보험상품을 끼워팔기 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상담사가 가져가는 수수료율이 10%로 일반 보험 25%에 비해 낮다. 공단 측은 “계약서상에 끼워팔기가 적발될 경우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넣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제 상품은 1년 단위 만기 방식으로, 갱신 때마다 공제료가 조정될 수 있다. 개별이 아니라 전국 전통시장 중 화재가 여러 번 발생하면 화재 위험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라 전체 가입자의 공제료가 오를 수 있는 구조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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