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5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 시험동에서 고성능차성능개발팀 소속 연구원들이 고성능 콘셉트카 ‘RM15’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지난 1월 25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 시험동에서 고성능차성능개발팀 소속 연구원들이 고성능 콘셉트카 ‘RM15’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현대車 남양연구소 ‘고성능 차’ 개발 현장

300마력 미드십 엔진 ‘RM15’
차체 무게배분·강성 등 확 바꿔
“소수점 세 자리까지 테스트 중”

세계 유일 주행환경 재현 장비로
축당 1t 힘 가해 급회전 등 실험
최적의 핸들링·승차감 구현 노력

“일반도로에서도 짜릿한 재미 줘
현대차의 팬으로 만드는게 목표”


지난 1월 25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의 고속조종성시험로. 현대차 고성능차시험실 실장인 임세빈 이사가 직접 운전하는 고성능 콘셉트카 ‘RM15’ 조수석에 올라 2.1㎞ 길이의 시험로에 들어섰다. 최고출력 300마력의 고성능 세타Ⅱ 2.0 터보 GDI 개선 엔진의 그르렁대는 엔진음을 배경으로 천천히 속도를 올리던 RM15는 순간 온몸이 젖혀질 정도의 가속성능을 선보이며 맹렬한 속도로 코너에 접어들었다. 시속 70~80㎞의 고속으로 노면에 달라붙듯 급코너를 돌아나가는 차량 성능에 내뱉은 감탄사가 무색하게 실제 시험에서는 코너에서 시속 110~120㎞까지 속도를 낸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RM15는 엔진이 앞에 놓인 일반 차량과 달리 엔진이 운전석과 뒤 차축 사이에 위치한 미드십(Midship) 형식에 뒷바퀴 굴림 방식을 채택한 결과, 직선 및 곡선주로에서 느껴지는 주행감도 남달랐다. 코너를 돌며 뒷바퀴를 미끄러트리는 드리프트에서도 여느 차량들처럼 불안감이 느껴지는 대신 마치 쇼트트랙처럼 노면을 타고 돌아나가는 느낌이었다. 임 이사는 “사실 고성능차 개발은 신기술 적용도 중요하지만 차체 무게 배분과 강성, 공력 성능 등 기본기를 기초부터 2~3배 더 깊이 파고드는 과정”이라며 “예컨대 양산차 개발에서 소수점 한 자리까지 연구했다면 지금은 소수점 두세 자리까지 들여다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경험한 RM15는 2012년부터 현대차가 고성능차 개발을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 RM(Racing Midship)’의 일환으로 2015년 서울국제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였다.

현재는 겉모습만 기존 RM15와 동일할 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RM16의 몸체를 갖고 있다. 실제로 이 차에는 고출력 엔진의 동력 성능을 추가로 높이는 전동식 슈퍼차저와 주행조건에 따라 리어 스포일러를 자동 제어해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는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 등 관련 최신 기술이 수시로 적용돼 테스트를 받고 있다.

고성능 콘셉트카 ‘RM15’
고성능 콘셉트카 ‘RM15’

올 하반기 고성능 브랜드 N 출시를 앞둔 현대차는 관련 시설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 이날 연구소 내 승차감 및 핸들링(R&H) 시험동 1층에 위치한 ‘다이나믹 K&C(Kinetic & Compliance)’ 시험실에서는 차체 또는 앞·뒷바퀴 서스펜션을 올려놓고 전 세계 모든 도로의 실 주행환경을 재현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장비 조립이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세계 최고 계측기 장비업체인 MTS가 현대차와 협업해 천문학적 개발비를 들여 제작 및 조립 중인 이 장비는 초당 50회 이상의 진동을 주는 것은 물론 축당 1t 이상의 힘으로 옆에서 미는 힘을 재현해 실제 주행 환경에서의 급회전과 같은 상황을 문제없이 만들어낼 수 있다.

이용섭 고성능차성능개발1팀 책임연구원은 “온갖 변수가 작용하는 실제 도로와 달리 특정 변수가 차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계측할 수 있어 고성능차는 물론 향후 개발되는 신차 서스펜션(현가장치) 성능을 높이고 개발 기간도 대폭 단축될 수 있다”며 “해외 경쟁업체들이 ‘차량 데이터를 제공할 테니 장비를 이용해볼 수 있겠느냐’는 문의가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고성능차 개발에 뛰어들고 고성능 브랜드를 출범시키고자 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가격 대비 높은 상품성과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단기간에 글로벌 완성차 5위 업체로 도약했지만 추가 성장을 위해서는 확고한 기술 리더십과 브랜드 이미지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2014년부터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대회에 참가해 올해 첫 우승을 노리고 있고 올 하반기에는 고성능 브랜드 N 출시를 앞두고 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고성능차 전문 브랜드는 물론 숱한 완성차업체들이 저마다 특색을 지닌 고성능차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는 N 브랜드를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고성능차’로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트랙 주행은 물론 일반 도로에서도 짜릿한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고성능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차 고성능차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은 “현대차가 모터스포츠 참가 등을 통해 얻은 기술에 대한 영감과 경험으로 모든 운전자가 운전의 재미를 느끼게 해 현대차의 팬(fan)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화성=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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