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쓰릴미’ 10주년… 섬세한 심리묘사 무대 압도
잔잔한 음악 ‘라흐마니노프’… 라이브 연주 6중주로 확대
연기로만 승부 ‘인간’… 삶·인간·관계에 대한 고찰
단출한 무대, 잔잔한 음악 그리고 불꽃 튀는 연기. 오직 두 사람이면 된다. ‘나’와 ‘너’로부터 시작되는 관계, 그리고 인생에 대한 질문. 두 사람이면 충분하다. 뮤지컬 ‘쓰릴미’가 일으킨 소극장 2인극 공연 열풍이 여전히 거세다. 올해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쓰릴미’는 10주년 공연을 준비 중이고, 연극 ‘인간’(아래 사진)과 ‘도둑맞은 책’이 팽팽한 긴장감과 몰입도 높은 연기로 호응을 얻고 있다.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곡·음악감독상을 받은 창작뮤지컬 ‘라흐마니노프’(위)는 더욱 절제되고 발전된 형태의 2인극 최신 버전을 선보이고 있다.
화려한 볼거리도, 깜짝 놀랄 만한 장치도 없이, 이 2인극들은 어떻게 관객들을 흡수하고 있는 걸까.
◇올해로 10주년… 2인극 뮤지컬 신화 ‘쓰릴미’ = 대학로 뮤지컬 마니아의 시작은 바로 여기서부터일지 모른다. 영화로까지 영역을 넓혔던 ‘김종욱 찾기’가 있지만, 이 작품 관람객은 한 작품을 보고 또 보고, 공부하고 분석까지 하는 ‘회전문 관객’은 아니었다. ‘쓰릴미’는 마니아들의 본향 같은 작품이다. 대학로 2인극 공연 열풍의 주역이기도 한 ‘쓰릴미’가 10주년을 맞아 오는 14일부터 5월 28일까지 백암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쓰릴미’는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2007년 초연 이후 공연 마니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등장인물은 ‘나’와 ‘그’ 단 두 명으로, 이들의 팽팽한 갈등이 객석의 긴장감으로 치환된다. 섬세한 심리 묘사가 무대를 압도하며, 단 한 대의 피아노 연주가 극장 안을 휘감아 관객들을 ‘그들만의 세상’으로 완벽하게 이동시킨다.
‘쓰릴미’를 이끌어온 힘은 배우들의 역량과 박용호 총괄 프로듀서의 안목이다. 지금 뮤지컬 시장을 이끌고 있는 류정한, 김무열부터 드라마와 방송까지 접수한 강하늘, 지창욱 그리고 탁월한 연기력으로 대학로 팬덤을 주도하는 강필석, 김재범 등이 이 무대를 거쳐 갔다. ‘스타 산실’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10주년 캐스트도 화제다. 초연 멤버 최재웅, 김무열, 강필석, 이율을 필두로 김재범, 에녹, 정상윤, 송원근, 정동화, 이창용, 정욱진 등이 함께한다. 피아니스트로는 오성민과 함께,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오페라 ‘리타’ 등의 공연뿐만 아니라 앨범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 이범재가 새롭게 합류한다. 박용호 프로듀서, 강효진 프로듀서, 박지혜 연출이 함께 만든다. 02-744-4033
◇잔잔한 음악과 따뜻한 두 남자… ‘라흐마니노프’ = 러시아의 천재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지난해 공연된 창작 뮤지컬 중 가장 주목받은 작품 중 하나로, 라흐마니노프가 슬럼프에 빠져 절망하다가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 박사로부터 심리치료를 받았을 때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라는 상상을 붙여 만들었다. 오는 4일부터 3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최근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곡·음악감독상을 받았다. 완성도 높은 음악이 인상적. 익숙한 라흐마니노프 명곡에 창작 넘버가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재공연에서는 기존 현악 4중주였던 라이브 연주를 6중주로 확장해 더욱 주목된다. 02-588-7708
◇연기의 정수를 맛본다… 연극 ‘인간’‘도둑맞은 책’ = 음악이 있는 뮤지컬과 달리, 2인극 연극은 오로지 연기로만 승부한다. 배우의 예술인 연극의 정수를 맛보고 싶다면 2인극이다. 단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밀도 높은 하모니가 삶과 인간, 관계에 대해 곱씹게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인간’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대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라울과 사만타가 인류 존재 가치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이야기인데,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베르베르가 원작을 써서 개막 전부터 기대가 높았다. 무대와 각색은 국내 제작진의 의도대로 연출됐다. 문삼화 연출은 객석을 마주보는 구조로 배치했는데, 공연을 관람하고 나면 그 까닭을 깨닫게 된다. 고명환, 오용, 박광현, 전병욱, 안유진, 김나미, 스테파니 등 출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3월 5일까지. 1577-3363
대결이라기보다 연기 ‘전쟁’에 가깝다. 최근 눈길을 사로잡는 2인극은 엄청난 대사량으로 유명한 ‘도둑맞은 책’.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쉽지 않은 작품이다. 하지만 ‘고래야’의 음악과 웹툰 영상 등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다. 영화 ‘아라한 장풍 대작전’을 쓴 유선동 감독의 동명 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한다. 대학로 예술극장 나무와물, 26일 까지. 1566-5588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 = 각 제작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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