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진 시집 ‘혜성의 냄새’

전위적인 시 세계로 ‘한국 시의 록 스피릿’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문혜진(41·사진) 시인이 오랜만에 새 시집 ‘혜성의 냄새’(민음사)로 돌아왔다. 2007년 두 번째 시집 ‘검은 표범 여인’ 출간 이후 10년 만이다.

문 시인은 1998년 등단해 도발적인 작품 세계로 한국 시단의 보폭을 넓힌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2004년 첫 시집 ‘질 나쁜 연애’에서 강렬한 언어로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한 관습적 인식을 뒤집어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번 시집에선 여러모로 변화가 감지된다. 전작들이 ‘불온’한 것을 노래하는 로큰롤처럼 저항적이었다면 이번엔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견디고 연주하는 교향곡처럼 들린다.

2부에 실린 표제작이 대표적이다. 포름알데히드, 메탄, 암모니아, 시안화수소라는 ‘관현악기’로 혜성의 냄새를 추적한다. 혜성 하면 떠오르는 꼬리와 궤도가 아니라 냄새로 본질을 찾겠다는 의도 같다.

“암모니아// 그날 밤,/ 그 냄새는/ 내 몸 속 어두운 구석에서 시작되었다.”(‘혜성의 냄새’ 일부)

1부 ‘마더의 칼로’는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를 모티브로 한 시다. 칼로는 교통사고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남편의 문란한 사생활로 인한 정신적 고통 속에서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작가다. 문 시인은 어머니와 딸의 관계, 어머니의 삶으로서의 ‘칼’과 프리다 ‘칼로’ 사이를 오가며 서늘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마더의 속살, 칼로, 칼로 열어도 꽉 다문 뻘 힘의 바다 조개, 피투성이 그 마더의 칼로 수탉의 목을 치고 메기 머리통을 찍어 우리들을 먹였지”(‘마더의 칼로’ 일부)

하지만 문 시인의 시선은 10년 전보다 훨씬 부드럽고 풍부해졌다.

‘화석이 된 이름 트리옵스’에서는 아이가 생일 선물로 받은 애완용 새우를 함께 부화시켜 기르며 생명의 경이로움에 전율한다.

아마도 지난 몇 년간 동시집을 발표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문 시인은 지난해 9월에도 ‘말놀이 동시집’ 2종을 출간하는 등 아동문학에 힘썼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