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옥마을 Best 5

한 해를 통틀어 여행지를 추천하기 가장 어려운 달을 꼽으라면 아마 2월이 아닐까. 겨울의 절정은 지났고 봄의 기운은 아직 먼 때. 주위의 풍경은 황량하기만 할 때다. 이런 때 고즈넉한 전통마을을 찾아가 보면 어떨까. 뒷짐 지고 한옥마을의 돌담을 따라 느릿느릿 산책하는 즐거움이 제법이다. 여기다가 한옥 민박의 뜨끈한 구들장도 좋고, 전통마을마다 진행하는 다양한 체험도 즐겁다. 한국관광공사가 2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추려낸 전국의 전통 한옥마을 다섯 곳을 살펴봤다.


북촌 한옥마을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다. 북촌이란 이름은 청계천과 종각의 북쪽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붙여진 것. 본래 조선 시대 고관대작의 거주지였으나 지금의 북촌이 아담한 도심형 한옥으로 자리 잡은 데는 1920년대 ‘건양사’라는 주택 개발사를 운영한 민족자본가 정세권의 역할이 컸다.

그는 북촌의 대형 필지를 사들인 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작고 생활하기 편한 개량 한옥을 지어 분양하면서 북촌 한옥이 전통을 계승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북촌의 명소를 하나로 꿰는 것이 ‘북촌 8경’을 둘러보는 코스다. 북촌 8경을 순서대로 보면 1경 창덕궁 전경, 2경 원서동 공방길, 3경 가회동 11번지 일대, 4경 가회동 31번지 언덕(북촌 전망대), 5경 가회동 골목길(오르막길), 6경 가회동 골목길(내리막길), 7경 가회동 31번지, 8경 삼청동 돌계단길 등이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가까운 북촌문화센터는 북촌 여행의 베이스캠프. 여기서 북촌의 역사와 다양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북촌 8경의 위치가 표시된 ‘북촌 산책’ 지도를 들고 출발해 북촌 8경을 하나씩 찾아보는 식으로 둘러보면 된다.


강릉에는 오죽헌과 선교장이 있다. 오죽헌은 신사임당과 아들 율곡의 자취가 새겨진 곳이다. 오죽이란 이름은 집 주변에 검은 대나무(烏竹)가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 사임당은 혼자 남은 친정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고향 강릉에서 머물다가 오죽헌의 별당 건물 몽룡실에서 율곡을 낳았다. 오죽헌 뜰에는 수령 600년이 넘는 매화나무 ‘율곡매’가 있고 사랑채, 율곡의 영정을 모신 문성사, 정조대왕이 율곡을 칭송한 사연이 담긴 어제각 등도 있다.

오죽헌에서 경포생태저류지를 넘어서면 영동 지방 최고 고택인 강릉 선교장이 있다. 300여 년 동안 원형이 잘 보존된 사대부 가옥으로 세종대왕의 형 효령대군의 11대손인 이내번이 지었으며, 10대에 걸쳐 증축됐다. 선교장의 고택에서는 숙박객을 받는데 주변의 그윽한 풍광이 더해져 한옥 숙박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다. 선교장에 숙박하거든 이른 아침, 선교장과 마당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뒤뜰 언덕의 노송 숲 산책을 빼놓을 수 없다.

고택을 나서면 경포호와 바다로 바로 연결된다. 경포 해변은 나무 덱으로 단장된 솔숲 산책로가 모래사장을 따라 이어져 겨울 사색을 돕는다. 강릉은 최근 커피의 메카로도 명성이 높다. 경포 인근 안목 해변에는 강릉 커피 거리가 있다.


충남 아산의 외암마을은 500년 역사를 헤아리는 예안 이씨 집성촌이다. 기와집과 초가집 등 전통 한옥 60여 채가 돌담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다. 건재고택(영암댁), 참판댁, 감찰댁 등 택호가 붙은 집들은 물론이고 택호가 없는 집들도 오래된 한옥의 그윽한 멋이 풍긴다.

외암마을을 대표하는 고택은 건재고택과 참판댁. 건재고택은 영암군수를 지낸 이상익이 살던 집으로,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된 외암 이간 선생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수종이 다양한 정원과 사랑채가 어울려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으로 꼽히지만 아쉽게도 돌담까지만 출입할 수 있다.

참판댁은 이조참판을 지낸 퇴호 이정렬이 고종에게 하사받은 집. 고종의 아들 이은(영친왕)의 스승이기도 한 퇴호 이정렬은 일본과의 굴욕적인 조약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고종에게 상소를 올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낙향한다. 이때 고종이 하사한 ‘퇴호거사’ 현판이 지금도 사랑채 앞에 있다. 참판댁에서는 누룩과 고두밥을 연잎에 싸서 빚는 연엽주가 유명하다. 외암마을에서는 전통 체험을 진행한다. 30인 이상 단체 체험 외에 한지 손거울 만들기, 율무 팔찌 만들기, 엿 만들기 등은 개인이나 가족 단위 체험도 가능하다. 참판댁, 신창댁, 풍덕고택 등에서는 숙박도 가능하다.


전남 순천시 낙안면의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살아 있는 민속박물관’이다. 조선 시대 모습이 잘 보존된 마을에 지금도 100가구 가까이가 옛 모습을 지키며 산다. 마을 안에서는 길쌈, 풀무질, 그네 타기, 천연 염색, 국악기 연주 같은 체험이 진행되고 초가 민박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도 있다.

마을을 둘러싼 읍성은 조선 초기에 낙안 태생 김빈길 장군이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것. 축성 당시에는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으나 세종 때 돌로 다시 쌓아 규모가 커졌고, 200여 년 뒤에 임경업 장군이 낙안군수를 지낼 때 고쳐 지었다고 전해진다. 읍성은 동서로 긴 직사각형이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을 둘러보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동문으로 들어가 관아 지역을 구경한 뒤 민가를 둘러보며 각종 체험을 하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동문 바로 위의 누각 낙풍루에 올라서서 성곽을 따라 한 바퀴 돌며 경관을 감상하는 것이다. 성곽을 따라 걸으면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느긋하게 조망할 수 있다.

마을 북쪽에는 객사, 동헌, 내아 등이 있고, 마을 남쪽에는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였다. 민박으로 활용하는 고택들은 겉모양과 달리 내부에 욕실, 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다. 저잣거리 터에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음식점도 들어서 있다.


경남 고령의 개실마을은 한 사람의 그림자가 짙은 곳이다. 조선 시대 홍문관, 경기도관찰사, 형조판서 등을 역임하고 사후 영의정에 추증된 점필재 김종직. 그의 후손이 개실마을에 모여 산다. 전통 한옥의 마을과 주위를 둘러싼 논, 대숲, 솔숲이 평화롭게 어우러졌다.

마을의 중심은 당연히 여든 살 넘은 종부가 지키는 점필재 종택. 1800년쯤 건립한 안채는 1878년에 중수했고, 사랑채는 1812년에 지은 것으로 추측된다. 돌담을 휘돌아 가면 선생을 모신 사당이 나온다. 마을에는 싸움소를 기르는 사육장,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건립한 도연재, 도예 체험을 진행하는 도자기 체험장, 그네뛰기와 굴렁쇠 놀이 등을 할 수 있는 민속놀이마당 등을 갖추고 있다.

개실마을의 대표적인 체험이 전통 엿 만들기. 조청을 달여 걸쭉해지면 살짝 식힌 다음 두 명이 맞잡고 길게 늘였다가 접기를 반복해 가락 엿을 만들어낸다. 유과 만들기 체험도 재미있고, 칼국수를 만들어 점심으로 먹을 수도 있다. 마을의 정취를 느끼며 다양한 체험을 하려면 하룻밤 묵는 게 좋다.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비닐하우스에서 딸기 따기 체험도 진행한다. 딸기는 고령의 특산물로 개실마을이 속한 쌍림면의 딸기가 특히 이름났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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