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지난 1월 24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국제대학원 연구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전략과 우리 정부의 효과적인 대응 전략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지난 1월 24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국제대학원 연구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전략과 우리 정부의 효과적인 대응 전략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안세영(64)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4년간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근무 시 미 무역대표부(USTR) 등과 협상한 경험과 파리 1대학(팡테옹 소르본대) 박사학위라는 이론을 고루 갖춘 국제통상협상 전문가다. 그는 국제협상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이기는 심리의 기술 트릭’, ‘CEO(최고경영자)는 낙타와도 협상한다’ 등 협상 관련 책을 여러 권 발간했다. 최근에는 신간 ‘도널드 트럼프와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고도로 잘 계산된, 전략적 행동을 하는 뛰어난 협상가”라고 분석했다. 미국 내에서도 예측 불가능하고 막말을 던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트럼프 대통령을 기존 협상 이론 분석을 통해 ‘뛰어난 협상가’이자 ‘예측 가능한 인물’로 판단한 안 교수를 지난 1월 24일 서강대 국제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났다.

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이틀 만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결정하고, 사흘 만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팀 철수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확신범적 보호주의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할지 예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취임 후 사흘이면 업무 파악하는데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44명의 미국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리더입니다. 무슨 일을 하겠다고 말하면 실제로 하는 인물입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나쁜 무역협정이라고 했지만 막상 백악관에 들어가고 나서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이런 것은 기회주의적 보호주의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확신범적 보호주의자입니다. 앞으로 트럼프식 보호주의가 생각보다 더 강력하고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의 NATFA 협상은 빠른 시일 내 끝내고 중국과 본격적인 일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후려치기(Bashing)에 나서면 강대국이 아닌 멕시코는 쉽게 무릎을 꿇어 빨리 끝날 것입니다. 그다음 중국과 격렬한 전면전쟁에 나설 것입니다. 미국은 중국이 늑대 새끼인 줄 알고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켰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미국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호랑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2000년에 겨우 1조2113억 달러(약 1411조 원)였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15년에 11조7억 달러로 10배나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에 미국 일자리는 1730만 개에서 1220만 개로 줄었습니다. 게다가 중국의 군사비 지출은 같은 기간 229억 달러에서 2096억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증가한 군사비로 항공모함 함대를 만들어 미국의 군사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어리석은 자유무역주의가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10배 키워줬다고 주장합니다.”

대선 기간 한·미 FTA 재협상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한국에 칼끝을 겨눌까. 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리 유세 기간 한 말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라며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마무리되면 다음 공격 대상은 한국”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한국으로 오면 무역적자 문제부터 해소하려고 할 것입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는 한·미 FTA가 발효된 2011년 132억 달러에서 2015년에 283억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기간에 ‘한·미 FTA는 10만 개의 일자리를 파괴했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재협상에서 기존 한·미 FTA의 철저한 이행, 비관세 장벽 철폐, 무역 흑자 해소를 위한 양보를 요구할 것입니다.”

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했던 말들과 대통령 취임 후의 발 빠른 행보를 잘 분석해보면 앞으로 미국 측이 우리에게 펼 전략을 예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기간 직설적으로 내뱉는 거친 말, 토론회에서 무대에서 어슬렁거리는 행동, 사회자의 질문을 피하는 교활함 등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것이 즉흥적이 아닌, 협상 이론에 나오는 전략적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즐겨 쓰는 것이 CNN 대선 2차 토론에서 사회자에게 대든 것처럼 부당하게 덤비는 상대에게는 거칠게 반격하는 ‘파이트 백’(Fight-Back) 전략입니다. 대선 승리 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한 것은 중국과의 대결을 대비한 ‘지렛대’(Leverage) 전략입니다. 또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 ‘싱크-빅’(Think-Big) 전략을 통해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대선 토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뒤에서 사자처럼 어슬렁거린 것은 상대방을 압박하고 청중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보디랭귀지’(Body Language)를 활용한 것입니다.”

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로 보여온 행보와 대선 기간 전략적 언행 등을 보면 협상 상대를 적대시하면서 협상에서 승리를 노리는, 사자와 같은 하드-포지션 협상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특징을 감안해 대응하는 협상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으르렁거리는 사자에게 굳이 달려들 필요는 없습니다. 사자는 한번 노린 먹잇감을 절대 놓치지 않지만 먹이를 먹고 나면 다른 먹잇감에 관심이 없고 관대해집니다. 이를 감안해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툴 생각이 없고, 대(對)미 무역흑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소프트 시그널을 빨리 보내야 합니다. 정부가 미국산 셰일 가스와 산업용 기기 수입 확대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이러한 소프트 시그널을 계속 보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말한 것처럼 싱크 빅 스타일입니다. 통 큰 협상을 지향하는 만큼 우리도 통 크게 나가야 합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나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한 것처럼 우리도 전국경제인연합회나 한국무역협회 주관으로 미국에 대규모 투자사절단을 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대와 삼성 등 대기업의 총수들이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안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측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 주한 미군 철수 거론, 한·미 FTA 파기와 같이 예상 밖의 행보를 보일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하는 파이트 백 전략을 사용해 맞받아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6·25전쟁 때 태평양 건너 조그만 나라에서 3년간 치른 전쟁에 넌더리가 난 미국이 적당히 휴전 협정을 하고 한반도에서 손을 떼려고 했습니다. 이를 알아챈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미국에 군사동맹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유럽, 일본, 호주 등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나라와 군사동맹을 맺었기 때문에 한국과는 군사동맹을 맺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군 단독 북진 통일과 반공포로 해방과 같은 파이트 백 전략을 썼고, 빨리 휴전 협정을 맺고 싶었던 미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1953년 10월 한·미 군사동맹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한·미 동맹을 고려할 때 이 같은 파이트 백 전략을 쓰기가 현실적으로 힘들 수 있는 만큼 중국 카드를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쓰는 것처럼 지렛대로 활용하면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시작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존 질서가 요동칠 것입니다.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가 협상만 잘하면 이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처럼 힘이 돼줄 우방국을 하나라도 만드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안 교수는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 때 앞에서는 약속해 놓고 뒤에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거나, 부처 간 떠넘기기 식의 행보를 보일 경우 향후 한·미 통상 관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일본 통상 관료들이 미국 측의 비관세 장벽 철폐 약속을 해놓고 실제로는 여러 핑계를 대며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한때 워싱턴에서 ‘재패니즈 스마일’(Japanese Smile)이란 말이 떠돈 적이 있습니다.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를 ‘코리안 스마일’(Korean Smile)로 대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부처마다 의견이 엇갈리면 코리안 스마일로 생각할 확률이 높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대미 통상 협상을 했는데 여기에 대해 국토교통부나 농림축산식품부가 다른 이야기를 하면 미국이 불신할 것입니다. 범정부적으로 체계적인 대미 통상 총력 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산업부가 통상을 맡는 형식을 유지하되 과거 외교통상부에 통상교섭본부라는 별도 조직을 뒀던 것처럼 통상업무를 맡는 별동부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안 교수는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가 이미 미국이 과거에 해봤던 전략인 데다 미국 내부의 약점이 많은 상황이어서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공세가 2년 후면 다소 잦아들 것으로 예상했다.

“집권 2년 정도까지는 미국민이 승부 근성과 박력이 있고, 속 시원한 일을 벌일 것 같은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의 협상을 지지할 것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은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입니다. 중국 등과 무역전쟁을 벌일 때 손해를 보게 되는 미국 기업들이 로비를 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으로 많은 압력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남겨놓은 실업률 4.7%도 부담입니다. 이것은 완전 고용 수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을 압박해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는다 해도 앞으로 전체적인 실업률이 올라갈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 결론적으로 말하면 누가 뭐라 해도 자유무역과 지역주의가 정답입니다. 2년 후에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뭔가를 깨닫고 다른 나라와 윈윈 게임을 하는 자유무역과 지역주의로 돌아설 것입니다.”

김석·손고운 기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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