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바로 아래에 위치한 중미 과테말라에는 3000m급 화산들로 둘러싸인, 바다처럼 넓은 아티틀란(Atitlan) 호수가 있다. 과테말라인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라고 자랑하는 아티틀란 호수는 마야문명 유적인 티칼(Tikal), 스페인 총독청이 있었던 중세풍 도시 안티과(Antigua)와 함께 과테말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이다. 혁명가 체 게바라가 이 호수의 아름다움에 취해 잠시 혁명을 잊고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1960년대 이후 아티틀란 호수 주변에는 현대 물질문명에 반기를 든 히피족들이 몰려들어 한때 3000명이 넘는 히피의 천국이 되기도 했다고 하는데, 현재에도 호수 주변 일부 마을에서 많은 수의 히피가 느긋한 삶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아티틀란 호수는 아직까지 한국인들에게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고 이곳을 찾는 우리 국민은 멕시코 및 중미지역에 거주하는 교포들이나 모험적인 개인 여행자들 정도이다. 관광을 위해 과테말라를 찾는 우리 국민이 많지 않은 데다, 과테말라시티에서도 3시간이나 떨어진 오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지역은 주민의 90% 이상이 마야 인디언이고 그들의 독특한 생활방식과 옷차림새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오지 아티틀란 호수 주변 파나하첼(Panajachel)이라는 도시에 한국 청년들이 운영하는 카페로코(Cafe Loco)라는 커피숍이 있다. 커피를 좇아 이곳까지 온 바리스타 청년과 어학연수차 과테말라에 왔던 청년이 의기투합해 2013년에 창업한 카페로코는 세계적인 여행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Trip Advisor)에서 우수매장 인증을 받고, 구글 리뷰 5/5점, 페이스북 리뷰 4.9/5점을 받아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의 사랑을 받는 아티틀란 호수의 명소이다.
지난해 3월 말쯤 이 호수를 찾았다가 우연히 카페로코를 발견한 필자는 왼쪽 어깨에 선명한 태극마크를 달고 신나게 일하고 있는 우리 청년들이 너무나 반갑고 대견스러웠다. 다섯 젊은이의 맏형인 김진영 씨는 왜 이 오지까지 와서 커피숍을 차렸느냐는 질문에 이 땅의 주인인 현지인들도 부담 없는 가격에 수준 높은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면서, 현지인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을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이 커피숍은 아티틀란 호수를 찾는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유명하지만 전체 고객의 80% 정도가 현지인들일 정도로 철저히 현지화되어 있다. 또한, 과테말라의 4대 커피 생산지 가운데 하나인 이 호수 주변 농장에서 갓 수확한 신선한 커피를 선별해 전문 바리스타의 솜씨로 직접 로스팅하고 추출하여 판매하니 이곳 커피의 맛과 향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지금 국내에서는 질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많은 청년이 계약직이나 시간제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다. 또 너무 많은 젊은이가 안정성만을 추구하며 공무원시험이나 각종 전문자격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경쟁의 굴레를 벗어나 자신의 꿈을 좇아 지구 반대편 낯선 곳에서 과감한 도전을 하고 있는 이들 청년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해외 취업이나 창업이 힘든 도전이고 국내에서의 성공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청년들의 넘치는 열정과 창의력, 우리 민족의 타고난 근면함이라면 세계 어느 곳에 가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별다른 준비 없이 소문이나 지인의 소개, 막연한 기대로 시도하는 무모한 해외 도전은 금물이다. 현지 사정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준비가 필요하고, 카페로코의 친구들처럼 과감한 현지화 전략도 필요하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민정책이 강화되고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문은 점점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는 넓고 우리 청년들을 기다리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조금 더 힘든 곳도 마다하지 않고 현지인들과 기꺼이 어울리겠다는 용기만 있다면. 몇 해 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크게 유행했었다. 필자는 청년들에게 ‘꿈이 있고 도전하니까 청춘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운호(55) △제28회 행정고시 △산업자원부 정보화담당관 △주영국대사관 산업자원관 △산업자원부 지역산업팀장 △무역위원회 무역구제정책팀장 △우정사업본부 예금위험관리팀장 △국가경쟁력강화위 산업경쟁력국장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주과테말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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