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NTC 위원장 잇따라
“환율조작말라” 동시다발 경고

나바로 “獨, 자유무역 걸림돌”
메르켈 “환율은 ECB가 결정”

주요 무역대국 콕 찍어 지목
美 무역수지 개선 위한 포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중국, 일본, 독일 등 주요 무역 대국들의 환율 문제를 지적한 것은 향후 미국의 무역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무역 상대국의 환율을 끌어올리고 달러의 가치를 낮춰 미국 수출 업체들의 달러 표시 이익을 늘리고 더 나아가 미국의 무역수지를 개선하겠다는 의도도 깔렸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분야 핵심 참모인 나바로 위원장은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19개국이 사용하는 유로화에 대해 독일이 저평가된 유로화를 기반으로 해 유럽연합(EU) 다른 회원국과 미국을 착취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독일이 EU 내에서 자국의 경제력보다 저평가된 유로화를 바탕으로 수출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진 것은 사실인 측면이 있지만 독일의 우방인 미국에서 갓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통상관료가 영향력이 큰 매체를 통해 대놓고 독일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AFP통신은 평가했다.

특히 나바로 위원장은 독일 주도의 유로화 환율 문제를 비판하며 미국과 EU 간 자유무역협상의 걸림돌로 독일을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양측의 커다란 장애물은 독일뿐”이라며 “미국과 EU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은 결렬됐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과 다른 회원국 간 구조적인 무역 불균형은 EU 내부의 이질성을 강조할 뿐”이라면서 “TTIP는 양자 협상이 아닌 다자간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정부는 이에 즉각 반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독일이 유로화 가치 결정에 개입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독일은 항상 독립적인 유럽중앙은행(ECB)을 지지해왔다”고 반박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일본의 자동차 무역을 불공평하다”는 비판을 받은 데 이어 또다시 ‘환율 조작’이란 비판을 받은 일본 측도 긴장하는 기색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엔화 환율 문제와 관련해 언급한 ‘자금공급’이 사실상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을 지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주요 7개국(G7), 주요 20개국(G20) 정상과 통화당국은 환율 약세 유도 회피라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며 “환율 시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일본은행,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금융정책에 좌우되지만, 금융완화에 의한 통화 가치 안정은 자국 경제 정비로 인정돼 묵인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의 환율 문제를 건드린 것은 결국 자국의 수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우선주의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보호무역주의에 가깝다”며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발언이 엔저(低)를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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