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임금격차 40%P → 10%P
자녀‘0.6명 → 1.2명’으로
늘어 가족복지 공공지출 1%P 오르면
실제 자녀 수도 0.355명씩 증가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력 있는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회의 ‘성(性) 평등 수준’이 높다면 교육을 많이 받고, 취업했으며, 성 평등주의적 태도를 지닌 여성일수록 오히려 자녀를 더 많이 출산한다는 분석이다. 경제력을 갖춘 여성의 출산율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일·가족 양립이 가능하고 성 평등이 이뤄진 사회에서는 여성들의 인적 개발 및 사회진출이 활발할수록 출산율이 높은 특징을 보였다.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의 2012년도 자료를 활용해 21개국 20∼45세 여성들의 자녀(18세 이하) 수에 대한 다층분석을 수행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1일 밝혔다. 김 교수의 논문 ‘출산과 성 평등주의 다층분석’은 학술지 ‘경제와 사회’ 1월호에 실렸다. 분석 대상 21개국은 호주·오스트리아·체코·덴마크·핀란드·프랑스·아이슬란드·아일랜드·일본·한국·멕시코·노르웨이·폴란드·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스페인·스웨덴·스위스·미국·독일·영국이다.
연구에 따르면 21개 국가의 ‘이상 자녀’ 수(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녀 수)와 실제 자녀 수를 비교한 결과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이상 자녀 수는 체코(1.99명)를 제외하고 모든 국가에서 2명을 넘었고, 아일랜드가 2.93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의 이상 자녀 수는 2.44명이었다. 반면 실제 자녀 수는 오스트리아가 0.73명으로 가장 낮았고 멕시코가 1.65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의 실제 자녀 수는 1.06명. 실제 자녀 수가 2명을 넘긴 국가는 없었다.
김 교수는 이상 자녀 수와 실제 자녀 수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여성의 연령·혼인상태·교육 정도·취업 여부·성 역할 태도(‘남성의 일은 가계부양, 여성의 일은 집안에서 살림이라는 진술에 얼마나 동의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노동시장·가족에 대한 공공서비스 지원 등의 요인을 다층적으로 분석했다. 21개국 평균치를 분석한 결과 취업 상태인 여성은 미취업 여성보다 실제 자녀 수가 0.347명 적었고, 여성의 교육 연수가 1년 증가할수록 자녀 수는 0.03명씩 감소했다. 또 여성의 성 평등주의 태도가 1단위 증가할수록 자녀 수는 0.021명씩 감소했다. 겉으로는 학력과 경제력을 갖춘 여성이 출산을 꺼린다는 일반적 인식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김 교수의 심층 분석 결과는 달랐다. 출산율은 여성의 교육 수준이나 경제력이 아니라 성 평등 인식 및 제도가 얼마나 갖춰져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동시장·가족복지·성 평등 수준이 높은 국가들에서는 오히려 여성의 교육 수준 및 재력이 출산율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공지출에서 가족복지 항목이 차지하는 비율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취업 여성들의 실제 자녀 수는 0.355명씩 증가했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여성 차별이 덜할수록 자녀 수가 많은 특징을 보였다. 고학력 집단에서 남녀 간 임금 격차가 40%포인트 정도로 클 경우엔 자녀 수가 0.6명 수준이었지만 임금 격차가 10%포인트 정도로 적을 때는 자녀 수가 약 1.2명으로 늘어났다.
경제력을 갖춘 여성이 아이를 더 많이 낳았다는 결과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도 노동시장의 남녀 격차가 완화되고, 양육에 대한 공적 서비스가 확장되는 것을 비롯해 남녀 간 문화적 인식 차이가 좁혀지는 성 평등주의적 사회 변화가 일어난다면 교육수준이 높고 취업을 했으며 진보적인 여성들의 출산율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20세기 중반까지는 여성들의 인적 개발이 진행될수록 출산율이 낮아졌다면, 20세기 후반부터는 출산율이 오히려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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