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묘원행’ 완벽 복원도 못해
올 예산, 작년보다 3억 증액
거액 혈세낭비 논란 불거져
시의회 “원점서 재검토해야”
서울시 “내실위해 예산늘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사업’에 혈세 낭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행사의 원형을 완벽하게 복원하지도 못한 데다 예산도 단 하루 행사에 10억 원 넘게 투입하기 때문이다.

1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조선 시대 정조의 행차는 1795년 음력 2월 9일부터 16일까지 8일 동안 열렸지만 시의 재현 행사는 단 하루만 열린다. 행차 거리도 수원시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탓에 원래(43㎞)의 절반인 21㎞에 불과하다.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해 보고서를 내고 “원래 행사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데 계속 진행해야 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예산은 오히려 증액됐다.

이혜경 서울시의원도 “박원순 시장이 직접 추진한 사업이라 시 입장에서도 섣불리 예산 삭감이나 행사 폐지를 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역사 현장을 제대로 복원하지 못하는 게 명백한 만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2014년 하반기 수원시와 함께 사업 추진을 논의하고 이듬해 서울연구원의 연구용역을 거쳐 지난해 10월 예산 10억1300만 원을 투입, 1795년 열렸던 정조의 화성행차 장면을 재현했다. 올해 9월에도 같은 행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예산은 13억 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한성판윤’ 관복을 입은 박 시장의 주도로 1231명의 인원과 말 160필이 창덕궁을 출발해 노들섬을 거쳐 시흥행궁까지 21㎞ 구간에서 행렬을 선보였다. 수원시는 다음 날 화성행궁까지의 행차 장면 재현을 맡았다.

이에 대해 “성공적인 지역 간 상생협력 모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실제 행사 원형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홍보성 이벤트에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은 시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는 이 행사가 일회성을 넘어 역사문화를 확산시키는 측면이 있어 계속 추진하는 한편 예산 낭비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규모 인원이 참가해 역사적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어느 정도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올해는 정조대왕 행차와 관련한 학술대회를 여는 등 더 내실 있는 행사를 위해 예산을 늘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노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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