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위기 극복 당시 경제사령탑’ 강봉균 前 장관 별세
“정치적 안정이 지금 가장 중요하다. 정치적 불확실성만 제거하면 예전의 잠재력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전후 한국 경제를 이끈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중구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코리안 미러클4-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어’ 발간보고회에서 이처럼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이날 “몇 년 전만 해도 경제발전과 정치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라고 자처했지만 (현 상황에서)‘코리안 미러클’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기가 쑥스러운 느낌마저 든다”고 쓴소리를 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이다. 그는 이미 3년 전부터 췌장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음에도 외환위기 극복 과정을 당시 경제수장들의 증언을 통해 전한 이 책의 편찬위원장을 맡았다.
강 전 장관의 지인은 “투병 중에도 새벽에 일어나 집필하는 등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 전 장관은 지난해 책 발간 직전부터 건강이 급속히 악화돼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책 발간 행사 당시에도 입원 중이었지만 참석했다. 이는 강 전 장관의 마지막 공식 일정이 됐고, 이날 그의 쓴소리 역시 한국 사회에 던진 마지막 육성 메시지가 됐다.
책을 발간한 지 두 달이 지난 31일, 강 전 장관이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74세. 사범학교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그는 뒤늦게 서울대 상대에 입학했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가에 발을 디뎠다. 김영삼정부에서 노동부 차관·경제기획원 차관·정보통신부 장관, 김대중정부에서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경제수석·재경부 장관 등 요직을 거쳤다.
강 전 장관은 이어 200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16대) 때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당선돼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그해 대통령 선거 때는 노무현 후보의 경제 분야 공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17∼18대 국회에서도 당선돼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등을 지냈다. 이후 군산대 석좌교수와 건전재정포럼 대표를 맡아 활동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서혜원(71) 씨와 아들 문선(43), 딸 보영(42) 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3일 오전 7시.
유회경 기자 yo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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