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뒤덮고 있는 먹구름이 점점 짙어져 간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3%대에서 2%대로 하향 전망하고 있다. 급기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 : 일본 경험에서의 교훈’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현재 경제 여건이 20년 전 일본과 매우 유사하다고 진단을 내렸다. 이미 많은 국내 기관이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었지만, 국제기구의 경고가 국내외 투자기관들의 전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는 매우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보고서는 한국의 인구통계, 잠재성장, 기업, 가계 및 국가부채, 자산 가격 및 인플레이션의 5가지 주요 지표를 20년 전 일본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를 보면 한국의 인구 고령화 속도, 인구 감소 전망 및 생산성 감소 추이가 일본의 20년 전과 상당히 유사하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에 비해 정부·기업·가계 부채와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본격 물가 하락 국면으로 진입한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이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을 경우 일본이 경험한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은 아직 재정 여건이 당시 일본보다는 양호하기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 노동시장 이중성 제거 등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 잠재력 회복이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 향상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시장의 이중성을 해소하는 데 정부는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문한다. 분석 결과를 보면 만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의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총요소 생산성이 매년 0.25%포인트 올라갈 수 있다.
비록 주요 경제변수를 중심으로 도출한 결론이지만, 국내 전문가들과 정책 담당자들은 이번 보고서의 이러한 진단과 경고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기업 및 산업 구조조정을 착실하게 진행해 나가야 한다. 이미 한계에 부닥친 기업들을 과감하게 시장에서 퇴출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중소기업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대기업도 똑같다. 과거처럼 기업 회생이나 합병 중심의 구조조정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도 중요하지만 시장에서 살아남은 기업의 생존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시장에서 퇴출됐을 때의 비용 및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비용을 IMF가 지적하듯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구조조정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각종 규제 완화다. 특히, 한국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국내 투자 여력이 있는 서비스 부문의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형성과 경쟁력 향상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과거부터 계속 지적되고 있는 정책임에도 국내의 이념 대립으로 인해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한 정책이다. 노동시장 개혁을 비롯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성장잠재력 향상 정책은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이 정책들을 계획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이번 IMF 보고서의 진단과 경고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상당히 우려되는 점은 있다. 국내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경제성장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축적된 소득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지금 한국경제 상태가 지출에만 신경을 써도 될 만큼 충분히 부자 국가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아직은 우리 세대도 소득 향상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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