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가격 - 높아진 품질 앞세워
SUV 보름만에‘물량 半’팔아
샤오미·하이얼 등 가전 공세
철강·타이어 판매 대폭 증가
중국이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설치 방침, 자국 산업 육성 등을 이유로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에는 ‘장벽’을 강화하면서도, 역으로 한국 시장에 대해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지난해 중국산 자동차의 국내 수입대수가 처음으로 1000대를 넘어서는 등 그동안 저가품 위주였던 중국산 제품이 가격경쟁력과 높아진 품질을 앞세워 자동차, 가전, 철강 등 국내 소비재 시장 전반으로 침투하고 있다.
2일 한국무역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국내 수입된 중국산 완성차(대당 3000달러 이상)는 2015년 890대에서 17.8% 증가한 1048대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중국산 완성차 수입이 1000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11년(181대)까지 채 200대에 미치지 못했던 중국산 완성차 수입은 불과 5년 만에 5배 이상 급증했다. 차종별로는 수입 트럭이 719대로 68.6%를 차지했고 승용차 296대, 버스 8대 등으로 조사됐다.
올해는 중국산 자동차 수입이 더 급증할 전망이다. 중국차 수입업체인 중한자동차가 지난 1월 중국 베이치인샹(北汽銀翔)이 제작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켄보 600을 국내에 출시하고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중국 승용차가 국내시장에 공식 출시된 것은 처음이다. 중국 둥펑(東風)차는 1t 트럭을 국내에 출시하기 위해 배기가스 인증 절차를 밟고 있으며, 위퉁(宇通)은 연말쯤 중국산 버스의 국내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전기차 세계 1위 업체인 비야디(BYD)도 지난해 제주에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차량 출시를 준비 중이다.
그동안 안전성 등의 문제로 한국시장에서 외면당했던 중국산 자동차 수입이 증가한 것은 가격경쟁력이 높은 데다 단기간 내 품질이 크게 향상된 점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1월 출시된 켄보 600은 중형 SUV임에도 가격이 1999만 원으로 책정된 데다 중국자동차안전도평가(C-NCAP)에서 최고등급을 받는 등 한국차와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2주 만에 1차 수입분 120대 가운데 60대가량이 판매됐다.
중국 가전의 진출도 눈에 띈다. 최근 몇 년 사이 TCL, 하이얼, 미디어 등 중국 가전업체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TCL이나 하이얼은 국내에서 샤오미와 함께 ‘대륙의 실수’로 불릴 정도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가 높은 제품으로 꼽히며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하이얼, TCL 등 주요 중국 가전업체의 30∼40인치 중소형 크기 TV는 삼성전자, LG전자의 동급 제품보다 가격이 50%가량 저렴하다.
철강재와 타이어 등에서도 중국산의 공습이 거세다. 과거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저가 제품 위주로 철근 등 일부 품목에 집중됐으나 최근에는 냉연강판, 후판, H형강(단면이 H모양인 철강재) 등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고급강 분야로 확대돼 관련 국내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타이어 역시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경트럭용 타이어를 중심으로 중국산 제품 판매량이 대폭 증가해 지난해 전체 타이어 수입액 가운데 중국산 타이어 수입액이 29.6%인 1억7526만 달러에 달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들이 국내 소비재 시장으로 밀려드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가전제품의 중국 수출액은 2015년 15억 달러에서 지난해 10억2700만 달러로 급감했고 한때 10%를 웃돌던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4%까지 하락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들은 밀려드는 반면 한국산 제품의 중국 수출은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에서 최근 사드 배치 결정 후폭풍까지 더해져 도대체 답이 나오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남석·임정환·이근평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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