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10명 대선구도 전망

보수·중도·중도진보·충청
이념·지역따라 潘지지 갈려

文대항마로 ‘제3지대’ 유력
“막판엔 보수재결집” 예상도


전문가들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로 야권 내 경쟁 격화, 문재인 대 비문재인 대결 강화, 보수 재결집 등 대선 구도에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화일보가 2일 여론조사 분석 전문가·정치학 교수 10명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반 전 총장의 지지층이 이념 성향·지역에 따라 다른 후보에게 분산되면서 구도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 반기문 지지층 분산 = 50대 이상, 중도보수, TK(대구·경북)와 충청권으로 요약되는 반 전 총장 지지층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으로 분산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반 전 총장의 지지표가 어느 한 사람한테 집중적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며 “보수층은 황 권한대행, 중도보수는 유 의원, 중도진보는 안 전 대표, 충청권 일부는 안 지사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네 사람의 지지도 변화는 앞으로 대선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수 대 진보의 전통적인 구도로 갈 경우 황 권한대행이나 유 의원이, 제3지대가 힘을 받으면 안 전 대표가 대선판을 주도할 수 있다. 안 지사의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해 더불어민주당 경선 구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면 안 지사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야권 내 경쟁 격화에 따른 인물론, 세대교체론 부각 △비문재인 연대 강화 △보수 재결집 등을 앞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로 꼽았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반 전 총장은 정권 유지의 상징적 존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지금부터 정권교체 프레임이 다소 느슨해지면서 야권 내부의 인물 경쟁 구도가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야권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안 지사 등이 주장하고 있는 세대교체론 등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고, 이병일 엠브레인 상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황 권한대행과 유 의원 등 보수 후보들에게로 반 전 총장 지지층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비문연대 중심은 제3지대 우세 = 문재인 대항마와 관련해서는, 기존 보수 진영 후보보다는 안 전 대표를 비롯한 제3지대 인사를 주목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10명 중 황 권한대행과 유 의원이 보수 지지층을 흡수해 문 전 민주당 대표와 대결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4명에 그쳤다. 새로운 보수 후보를 거론하는 전문가는 없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반 전 총장 중도 포기를 가장 먼저 언급한 안 전 대표가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보수층이 문 전 대표 또는 안 전 대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 교수도 “새로운 보수 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고 안 전 대표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3지대 돌풍의 조건으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나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합류가 거론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전 대표가 개헌이나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에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가 빅텐트 또는 제3지대 내부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개헌 빅텐트가 형성되면 김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와도 손잡을 수 있고 바른정당 등 보수 진영도 가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수층이 재결집해 ‘보수 대 진보’ 구도가 복원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았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결국 대선이 ‘문재인 대 황교안’의 구도로 갈 것으로 본다”며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난다면 과거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던 30% 정도가 황 권한대행으로 뭉칠 것”이라고 말했다.

◇ 문재인 대세론 여전히 물음표 = 2위 후보가 사라졌지만, 전문가들은 1위 후보인 문 전 대표에게 꼭 유리한 구도가 아니라고 언급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전문가 10명 중 4명 정도만 문재인 대세론이 강화될 것으로 봤다.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문 전 대표 입장에선 반 전 총장의 집권을 박근혜 정권의 연장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공격하는 구도가 훨씬 편했을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이 사라진 것이 문 전 대표에게 썩 좋은 뉴스는 아니며 오히려 불안한 대세론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채·유민환·송유근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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