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이 어느새 훌쩍 흘렀다. 오은의 ‘1년’이라는 시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열두 번의 스케줄을 받고 나면 훌쩍 지나버리는 승무원의 1년은 더욱 짧은 것만 같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주가의 경우에는 33년 치 스케줄까지 가득 차 있다고 하니 그런 유명인사에 비하면 엄살일지도 모르겠지만 시간은 정말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지지난해 12월 31일에는 시드니행 비행이 있었다. 호주는 한국보다 두 시간 빠른데, 오후 여섯 시 즈음에 출발한 비행기는 상공에서 2016년의 연말과 2017년의 시작을 함께 스쳐 갈 예정이었다.
이런 경우에 새해의 기준은 대체 언제로 삼아야 할까? ‘한국에서 출발했으니 한국 시간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할지, 혹은 도착지인 호주 시간을 기준으로, 아니면 그 사이 시간으로 해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이 났지만 결국 손목시계가 12시 정각이 될 때 한 해가 무사히 갔음에 대한 감사와 새해에 대한 부푼 희망을 함께 염원하기로 했다.
저녁 식사를 일찌감치 마친 승객들은 대부분 잠이 들었고 마침 A380 항공기의 제일 후방 면세품 쇼케이스에서 근무 중이던 나는 새해 인사를 하러 들린 팀 후배와 손을 붙잡고 얼싸안으며 공중에서의 새해를 조용히 축하했다. 물론 두어 시간의 적막이 흐르고 난 뒤 깨어나기 시작한 승객들로 인해 면세품 쇼케이스는 이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2017년의 첫 시작은 여느 비행처럼 분주하게 흘러갔다.
문득 2009년 새해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번처럼 비행 중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고요하던 밤 팀장님께서 팀원 모두를 부르셨다. 잠시 항공기 전방에 모두 모였는데, 팀원의 숫자대로 사과 주스를 담은 유리잔을 나누어 주셨다. 모두 모인 자리에서 팀장님은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어야 할 소중한 시간에 이렇게 열심히 비행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고 그 순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큰 감동을 받았다.
승무원의 시간은 이렇듯 하늘에서 흘러갈 때가 많다. 시차가 17시간 이상인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의 경우 같은 날을 두 번 맞이할 때도 있는데, 마침 생일에 비행 중인 승무원의 경우 하루 동안 두 번의 생일을 맞이하기도 한다.
시간은 흘러 오전 6시. 시드니로 향하는 비행기는 어느새 착륙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도착에 앞서 면세품 쇼케이스에 들러주신 손님들께는 작은 초콜릿을 건네며 새해를 축하하는 인사를 건넸다. 밤새 비행에 지친 승객과 승무원 모두가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창문 너머로 밝아오는 첫 햇살이 올해의 시작을 축하하는 듯 느껴져 기분이 매우 좋았다.
올해는 어떤 일들로 열두 달의 시간이 채워질까? 올해에도 힘차게 날개를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대한항공 승무원
지지난해 12월 31일에는 시드니행 비행이 있었다. 호주는 한국보다 두 시간 빠른데, 오후 여섯 시 즈음에 출발한 비행기는 상공에서 2016년의 연말과 2017년의 시작을 함께 스쳐 갈 예정이었다.
이런 경우에 새해의 기준은 대체 언제로 삼아야 할까? ‘한국에서 출발했으니 한국 시간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할지, 혹은 도착지인 호주 시간을 기준으로, 아니면 그 사이 시간으로 해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이 났지만 결국 손목시계가 12시 정각이 될 때 한 해가 무사히 갔음에 대한 감사와 새해에 대한 부푼 희망을 함께 염원하기로 했다.
저녁 식사를 일찌감치 마친 승객들은 대부분 잠이 들었고 마침 A380 항공기의 제일 후방 면세품 쇼케이스에서 근무 중이던 나는 새해 인사를 하러 들린 팀 후배와 손을 붙잡고 얼싸안으며 공중에서의 새해를 조용히 축하했다. 물론 두어 시간의 적막이 흐르고 난 뒤 깨어나기 시작한 승객들로 인해 면세품 쇼케이스는 이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2017년의 첫 시작은 여느 비행처럼 분주하게 흘러갔다.
문득 2009년 새해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번처럼 비행 중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고요하던 밤 팀장님께서 팀원 모두를 부르셨다. 잠시 항공기 전방에 모두 모였는데, 팀원의 숫자대로 사과 주스를 담은 유리잔을 나누어 주셨다. 모두 모인 자리에서 팀장님은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어야 할 소중한 시간에 이렇게 열심히 비행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고 그 순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큰 감동을 받았다.
승무원의 시간은 이렇듯 하늘에서 흘러갈 때가 많다. 시차가 17시간 이상인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의 경우 같은 날을 두 번 맞이할 때도 있는데, 마침 생일에 비행 중인 승무원의 경우 하루 동안 두 번의 생일을 맞이하기도 한다.
시간은 흘러 오전 6시. 시드니로 향하는 비행기는 어느새 착륙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도착에 앞서 면세품 쇼케이스에 들러주신 손님들께는 작은 초콜릿을 건네며 새해를 축하하는 인사를 건넸다. 밤새 비행에 지친 승객과 승무원 모두가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창문 너머로 밝아오는 첫 햇살이 올해의 시작을 축하하는 듯 느껴져 기분이 매우 좋았다.
올해는 어떤 일들로 열두 달의 시간이 채워질까? 올해에도 힘차게 날개를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대한항공 승무원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