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극작자이자 시인이며 소설가인 웰레 소잉카(82·사진)는 지난해 11월 2일 영국 옥스퍼드대 강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승리가 발표되는 순간 그린카드를 찢고 짐을 싸서 출국하겠다”고 말했다. 며칠 뒤 그는 자신의 말을 쫓아 고국 나이지리아로 돌아가 버렸다. 1960년 나이지리아가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하기 전까지는 백인 식민 통치에, 독립 후에는 흑인 지도자의 독재 정권에 저항했던 그가 정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지 60여 년 만의 일이었다.
평생 문학과 행동을 통해 인권과 정의 편에 섰고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난 이해를 구하며 인류의 진정한 진보를 바랐던 소잉카로선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자신이 태어난 땅,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에 분노하며 인류 시원인 이 땅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인문 에세이 ‘오브 아프리카’는 적절한 타이밍에 번역돼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세속적인 의미에서 성인의 지위에 오를 만한 아프리카 인”으로 불려온 지식인이 여전히 오해받고 있는 아프리카에 한 걸음 다가서게 하는 책이자, 아프리카라는 특정 땅을 넘어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편견에 대한 사유이다.
“아프리카는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소잉카는 아메리카 대륙이나 오스트레일리아와 달리 누구도 ‘아프리카를 발견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매우 미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구 시선에서 아프리카가 발견할 만큼 중요하지 않아서 일 수 있지만, 동시에 아프리카가 다른 대륙에 주어지지 않은 자생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렇긴 하다. 인류가 시작된 그 땅을 누가 뒤늦게 발견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소잉카는 지리적 의미가 아니라 안이한 선입관에 맞서 아프리카의 진정한 모습이 발굴되기를 기다린다는 뜻에서 ‘새로 발견돼야 한다’고 했다.
그가 ‘발견’을 소망하며 썼을 책은 서구인, 아니 전 세계가 아직도 아프리카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과 위선을 살필 뿐 아니라 아프리카 내부의 문제도 파고들며 ‘내부 책임론’을 주장한다. 종족, 종교, 정치를 빌미로 아프리카인들을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몬 아프리카 정치인과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서구 열강의 아프리카 쟁탈전이 어떻게 아프리카 국경을 누비이불처럼 만들었는지 말하고 세계 문학의 거장인 호메로스와 헤로도토스, 셰익스피어가 어떻게 아프리카인 이미지를 왜곡했는지 비판한다. 모험가 오디세우스를 탄생시킨 호메로스, 아프리카 내륙까지 들어가 본 적이 없는 헤로도토스, 오셀로라는 허구의 인물을 그린 셰익스피어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제멋대로 상상하고 왜곡해 오늘날까지 세계인에게 허구화된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비극적 역사와 여전한 현실 속에서도 그는 아프리카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세계가 모르는 아프리카 영성의 실체를 제시함으로써 세계의 종교들, 특히 이원론에 입각한 기독교와 이슬람이 해결하지 못한 갈등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안한다. 그가 속한 부족인 요루바족의 오리사교로 대표되는 아프리카 토속 신앙은 이분법과 선악 논리에 입각한 패권적 종교들과 달리 다른 가치를 수용하고 공유한다고 했다. 그의 문학 세계 자체가 요루바족의 신화, 전설, 찬양시 같은 문학적 자산 안에서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소잉카는 이렇게 말한다. “검은 대륙에 그렇게 붙이려 했던 어둠은 실은 바라보는 자의 눈에 있는 자의적인 백내장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진정한 탐색은 아직 멀었다. 이 책이 모두가 열망하는 아프리카에 대한 포괄적 이해의 시대를 향한 이어달리기를 위해 새로운 유형의 탐험가들을 키워 내기를 바란다.” 그리 쉽게 읽히진 않고 때론 읽은 곳으로 돌아가 다시 읽어야 할 경우도 있지만 새로운 탐험가가 되는 데에 이 정도 수고로움은 지불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