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정보통신 분야 양자 협력을 위해 베트남을 찾았을 때,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는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175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2016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지수’ 시상식이 열렸다. 협력 방안 논의가 무르익을 때쯤 한국이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이내 자국이 100위권 밖임을 확인한 베트남 측은 양국 간 격차가 보다 많은 협력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했다. 우리 ICT 산업의 경쟁력은 곧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2015년 미국, 중국에 이어 수출액 기준 세계 3위에 오른 우리의 ICT 수출은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3분의 1, 흑자액의 약 90%를 차지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교역량 둔화로 우리 ICT 수출은 지난해 11월까지 무려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고,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전화를 비롯한 주력 품목은 중국 업체들의 가파른 성장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중국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제품박람회(CES)에서 미국과 사실상 전시장을 양분할 만큼 공격적인 투자로, 향후 글로벌 ICT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여기에 더해진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는 우리 ICT 수출에 경고등을 켰다. 위기 탈출 전략을 시급히 고민할 때다.
다행하게도 글로벌 ICT 시장 상황에서 우리는 몇 가지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우선, 전 세계 경제·사회의 혁신과 진화를 이끌어갈 ‘4차 산업혁명’이다. 이미 CES에서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증강현실(VR·AR)을 비롯한 지능정보 기술이 홈서비스, 자동차, 모바일 등 다양한 산업 분야와 본격적으로 융합하면서 이종 업체 간의 합종연횡이 한창임을 확인했다. 이러한 추세는 ICT 신기술 자체에 대한 수요는 물론 기존 산업과 ICT 융합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으며, 침체를 거듭했던 글로벌 ICT 시장은 올해부터 점차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따라서 신기술과 플랫폼 선점은 ICT 산업의 외연 확대와 수출 증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은 5세대(G) 이동통신 시범 서비스, 초고화질(UHD) 방송은 물론 인공지능 통·번역 및 콜센터, 사물인터넷과 가상·증강현실을 활용한 스마트 쇼핑·관광·공연 등 5대 유망 신기술을 세계시장에 선보이는 좋은 기회로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 ICT 기업들의 각별한 관심과 참여가 절실한 대목이다.
두 번째 기회 요인은 바로 각국의 ICT 격차다. 지난해까지 200여 개 국가 중 147개국이 ITU가 권고한 디지털방송 전환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 3세대 이동통신에 머물러 있는 국가 또한 부지기수다. 이러한 현실은 ICT를 토대로 새로운 도약을 희망하는 개도국에 우리 정책과 제품, 서비스의 전략적인 패키지 진출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일례로 지난 베트남 방문 당시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정부·기업이 함께 참여한 ‘롱텀에볼루션(LTE) 구축 협력 세미나’는, 최근 한·베트남 이동통신사 간의 ‘LTE 전국망 구축 컨설팅’ 제공 계약 체결로 이어졌다. 1억4000만 명에 이르는 모바일 가입자를 둔 베트남 시장에 우리의 기술과 장비 수출, 기업의 현지 진출을 이끌어줄 물꼬를 튼 셈이다.
체계적인 전망 분석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한 신기술 확보, ICT 강국만이 해낼 수 있는 수출 대상국 맞춤형 정책, 기업 패키지 진출을 통한 저변 확대, 여기에 우리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끌어주고 받쳐줄 전략적 지원이 더해진다면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ICT 시장 경쟁에서 다시 한 번 승자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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