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東京)올림픽 골프 경기장으로 도쿄 인근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이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여성을 정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일요일 등 공휴일에는 여성의 라운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대회 장소를 변경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받았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마저 “그런 곳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유감을 표시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일본골프협회가 이 같은 논란을 예상하면서도 이곳을 올림픽 대회 코스로 낙점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곳은 2400여 개 일본 골프장의 뿌리와도 같은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올림픽을 통해 일본 골프의 부활을 염원하려는 뜻도 담겨 있어 보입니다.

일본의 골프장 1호는 1903년 문을 연 고베(神戶) 컨트리클럽이지만 당시 고베에 집단 거주하던 영국인들이 만들었습니다. 이후 외국인 집단 거주지에 골프장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지만, 설계부터 시공까지 100% 일본인에 의해 탄생한 골프장은 1929년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이 처음이었습니다. 1932년 서코스까지 만들어지면서 일본 내 최초의 36홀 골프장이 됐습니다. 동코스는 일본인 최초로 미국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며 일본 프로골프의 원조가 된 아카보시 시로(赤星四郞)가 처음 설계했고, 이듬해 찰스 앨리슨이 재설계했습니다. 올림픽을 치를 서코스는 일본의 골프 코스설계의 원조 이노우에 세이치(井上誠一)의 손에 탄생했습니다. 1933년 일본 내셔널 타이틀인 일본오픈과 일본여자오픈도 잇따라 치렀고, 골프애호가였던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이 코스에서 홀인원을 한 적도 있습니다.

이곳은 1957년에 정점을 찍습니다. 지금의 월드컵 골프 전신인 제5회 캐나디안 컵이 30개국 60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이곳에서 열렸습니다. 미국의 샘 스니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개리 플레이어 등이 출전한 이 대회에서 일본의 나카무라 도라기치(中村寅吉)가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면서 일본인 최초의 국제골프대회를 제패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일본에서는 ‘골프 붐’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공터에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작대기만 들어도 골프스윙 흉내를 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일본 내에 162개 불과하던 골프장 수는 이후 5년 만에 690개로 늘어났고, 지금은 미국에 이어 골프장 수가 많은 국가로 발돋움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습니다.

여성차별 논란의 중심이 된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3년 후 도쿄올림픽을 무사히 치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mschoi@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