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화 홍익대 명예교수, 前 홍익대 사대부고 교장

교육부는 그동안 논란이 돼 온 중·고등학교 국정(國定) 역사 교과서의 최종본을 지난달 31일 공개하면서 검정 교과서 집필 기준도 제시했다. 국정으로만이 아닌 검정 교과서 방식과 함께 혼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까지 연구학교를 신청받아 15일 확정하게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정 교과서 최종본에서도 오류가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도 또 다른 오류나 사실이 발견될지 모르는 가운데, 일부 교원 단체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은 단순히 오자를 수정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류가 많은 교과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공문’을 거부하고 단위 학교에 발송하지 않기도 한다고 한다.

국정 역사 교과서의 연구학교 신청 문제를 놓고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단위학교에서 자율적으로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도록 지원하고 조장하는 것이 기본적인 교육행정 행위라고 볼 때 교원과 학교 경영자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한다면 오히려 교육활동을 방해하게 될 것이고, 이는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소홀히 하는 일이 될 것이다.

교육부가 많은 전문 인력을 동원해 1년여에 걸쳐 개발한 교과서 내용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 결과를 다시 반영해 수정본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 역사 교과서 반대자들은 계속 문제를 제기하며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공문을 가로막는 것 같다. 그러나 탄핵 정국에 편승해 역사 교과서가 마치 특정 집단들의 전유물인 듯이 전문가들의 노력 산물인 국정교과서를 매도하고 폐기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자신들의 취향이나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연구학교 신청을 막고 있다면 학교의 자율권을 무시하는 비민주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역사 교과서의 내용은 이를 보는 사관이나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객관적 사실을 중심으로 보편타당한 내용을 학습자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편향된 인식과 관점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주입하려는 것은 올바른 역사의식과 국가관을 심어 주지 못할 뿐 아니라 내일의 주인공인 학습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다.

앞으로 국정 교과서 또는 검인정 교과서 선택 여부와 연구학교 지정 신청 과정은 단위학교 교원과 학교 경영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와 교감, 교장 등 최고 교육 전문가들의 결정과 판단에 대한 신뢰 위에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와 지역사회 인사와 교사, 그리고 학교장이 참여하는 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 자문, 의결하는 내용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부당(不當)한 간섭이나 불합리한 지시 또는 압력을 가하는 일부 지역 교육의 책임자들이나 특정 단체가 있다면 이는 학교 교원들의 자율 역량 기회를 제약하고 공분(公憤)과 불만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국정과 검정 역사 교과서를 함께 사용하기로 하고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학습자의 학습권을 존중하고 교사와 학부모의 교육권을 보호하는 일이다. 최상의 역사 교과서를 선택하도록 충분한 논의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결정을 존중함으로써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다. 연구학교 지정이든 거부든, 국정이든 검정이든 역사 교육의 질을 높이며 건전한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기회가 돼야 한다. 학교의 자율 역량을 키우며 창의적인 교육 활동을 조장해 교육 수요자들로부터 선택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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