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송재우 기자 jaewoo@
그래픽 = 송재우 기자 jaewoo@
- <上> ‘북한의 솔제니친’ 반디

국내보다 해외서 더 큰 반향
출신성분 대물림·독재의 고통…
어두운 현실 묘사에 관심 집중

조선작가동맹 소속 현역 작가
北체제에 좌절해 비판소설 써
생명 위협 무릅쓰고 국내 유출


북한 반체제 문학이 국내외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4년 국내 처음 출간된 북한 반체제 작가 반디의 소설집 ‘고발’이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 해외에서 비상한 관심 속에 연이어 번역·출간됐고 지난달엔 영국 작가 단체인 펜(PEN)에서 번역상을 받으며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3년 만에 개정판이 나오고, 남북한 작가들의 공동창작이 이어지면서 북한 반체제 문학과 탈북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재평가 조짐이 일고 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한 반체제 문학의 현주소와 미래를 점검해본다.

‘고발’이 3년 만에 국내에 다시 소개되면서 북한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평가도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판 출간을 결정한 다산북스 측은 6일 “3년 전 출간됐을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다를 것이다. 가능한 한 원작에 충실하게 했으며 표지 디자인을 세련되게 바꿨다. 작품에 내재한 문학성을 복원하는 개념”이라며 “시장성도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고발’이 3년 전 소개됐을 때만 해도 국내 반응은 냉담했다. 반디라는 작가의 실체와 작품의 진위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 문학의 작품성이나 가치보다는 진짜냐, 가짜냐에만 논쟁이 치우쳤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치밀한 현실 묘사와 반체제 문학으로서의 비평적 의미는 미처 평가받지 못했다.

하지만 피랍탈북인권연대가 육필원고의 입수 과정, 작가의 실존 여부를 확인하면서 조금씩 사정이 달라졌다.

2013년 반디의 원고가 국내로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모험이었다. 1980∼1990년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한 주민들의 참상을 목격하고 펜을 들기 시작한 반디는 언젠가는 때가 올 것이라는 믿음 속에 작품을 하나둘씩 모아뒀다. 그러던 중 평소 교분을 나누고 있던 친척 중 한 명이 탈북에 성공하고, 수개월이 지난 후 그가 다른 인편을 통해 “원고를 건네달라”고 편지를 전해와 목숨을 걸고 원고 뭉치를 넘겼다. 그 원고는 체제 선전용으로 제작·배포된 ‘김일성 선집’에 싸여 중국을 거쳐 국내로 밀반입됐다.

원고를 입수한 인권연대 측은 원고를 컴퓨터에 옮겨 적는 과정에서 작품성을 깨닫고 드디어 2014년 5월 세상에 작품을 내놨다.

‘고발’은 대물림되는 출신성분제에 절망해 탈북을 결심하는 ‘탈북기’부터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산실인 공산당사를 타도하자고 외치는 ‘빨간 버섯’까지 7편으로 구성됐다. 탈북이라는 소극적 저항에서 독재 타도로 발전하도록 작가가 의도적으로 순서를 매긴 것으로 보인다.

생생한 북한 반체제 문학작품으로서 ‘고발’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큰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초 프랑스에서 번역·출간됐을 때 현지 언론들은 반디를 러시아의 반체제 소설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에 비유하며 ‘북한의 솔제니친’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문학적 가치를 인정한 셈이다.

지난달에는 영국 작가 단체인 펜에서 번역상도 받았다. ‘고발’의 영역본은 다음 달 미국과 영국 시장에 본격 출간될 예정이다.

인권연대 측은 반디를 대리해 ‘고발’의 국내외 출간 및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인권연대 측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인세 수입의 50%는 반디와 그의 가족 지원 및 만일의 구명 활동 등을 위해 적립하고 있고 나머지 50%는 책의 홍보와 장학금 지급에 쓰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탈북자 가정의 어린이 8명에게 ‘반디통일장학금’을 수여했다.

인권연대 측은 또 다음 달 ‘고발’과 관련한 국제콘퍼런스를 서울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고발’이 출간된 전 세계 20개국의 출판사 대표가 모여 북한의 문학과 인권 문제 등을 논의하게 된다.

도희윤 인권연대 대표는 “비공식 루트를 통해 반디의 생사를 마지막으로 확인한 게 약 8개월 전이다. 반디는 자신의 작품이 해외 여러 곳에서 번역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신분 노출의 위험 때문에 북한 반체제 문학에 대한 정보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다만 반디는 이 작품을 통해 북한 내 현실과 인권 문제가 더 많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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