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서울대 의대 교수

저작권을 기증한다? 좀 생소한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 기증 저작물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행복의 생명수다. 우리가 만드는 보고서, 음악, 미술 작품 등 창작을 하게 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저작권은 자동으로 발생한다.

저작권이 발생한다는 것은 우선 내 저작물의 창작자가 ‘나’라는 것이 인정된다는 의미다. 내 철학과 생각이 담긴 저작물이 세상에 탄생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매우 감동스러운 사실이다. 내가 저작자라는 것을 등록하거나 공표하지 않아도, 내가 저작자라는 것을 저작권법이 지켜준다. 저작권이 금전적 가치를 지켜주기도 한다. 이른바 저작재산권이다. 저작권이 발생했다고 해서 내 저작물에 가격표가 매겨진다는 뜻은 아니다. 가격으로 매겨지지는 않지만, 재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면 내가 주인이라는 의미에서 재산권이 발생한다.

흔히, 기증을 한다고 하면 돈이나 물건을 우선 생각한다. 권리를 기증한다고 해도 돈을 연관 지어 생각한다. 집문서나 상가 임대 권리, 채권 등을 기증하는 것이 이해하기 쉬운 일반적인 기증의 형태인데, 이런 기증들이 이해하기 쉬운 이유는 가격을 매기기 쉽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기증과 유사한 형태로 저작재산권 기증이 있다. 저작재산권 기증은 요즘 떠오르는 착한 기증이다. 저작자에게 부여되는 저작권은 가격으로 매길 수 없다. 무한한 창작의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실제 얼마만큼의 가치를 만들어낼지 알 수가 없다. 창작은 또 다른 창작을 만들어 내기 위한 재료이기 때문에 창작의 사슬에서 만들어 낼 가치의 크기를 예측할 수가 없다. 무한한 가치를 가진 소중한 권리를 기증하는 것이 저작재산권 기증이며 그런 점에서 순수하고 착한 기증인 것이다. 기증자의 순수한 뜻은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고 자유로운 영혼에 의해서 널리 퍼지기 때문에, 기증이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가치 재생산의 활력이 될 수 있다.

그러면 과연 저작권을 어떻게 기증한다는 말일까? 저작권의 개념을 조금 알고 나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저작재산권 기증이다. 우선, 해당 저작물이 자신의 저작물임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기증 대상물의 내용을 설명하는 자료와 기증서약서를 작성하면 된다. 다른 방법으로 저작물에 직접 표시할 수도 있다. 창작물에 크리에이티브커먼스(Creative Commons) 라이선스를 표시하면 된다. 자신의 작품에 CC-BY(저작자 표시)라고 표시하면 저작자임을 표시하는 조건으로 저작재산권을 일반인들에게 기증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창작물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를 희망한다는 의미로서 저작권의 허용 범위를 표시하면 내 창작물에 관심을 가진 이용자는 조건에 맞게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저작권은 창작자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사회의 창작 환경을 개선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창작자가 곧 이용자가 되고 창작자는 이용자의 도움을 받게 되는 것이 창작의 세계다. 더 많은 창작이 일어나게 하려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공유저작물이 많아져야 한다. ‘애국가’나 흔히 부르는 동요, 오래전부터 이용하던 전래 동화, 문화재 건축물이나 도형물의 사진 등 누구나 쓸 수 있는 공유저작물은 저작재산권을 기증한 저작물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공유저작물의 가치를 이해하고 공유저작물의 수집과 활용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저작물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깨끗한 물과 공기와 같은 것이며, 공해 없는 창작 환경을 만드는 것과 같다. 우리 자신과 후속 세대의 즐거운 창작 환경을 위한 환경보전 사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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