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유, 민주주의, 인권, 포용 등 미국이 대표해 온 자유민주주의적 가치관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자 서방 세계로부터 ‘개방’ ‘인권 수호’ ‘세계화’의 압박을 받아 온 중국이 잽싸게 거꾸로 미국을 비판하는 편에 서며 민주주의적 가치를 자신들의 가치인 것처럼 탈바꿈해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극단적인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중국 관영 매체들은 그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연방항소법원의 심리를 받고 많은 인민의 대대적인 시위에 부닥쳤다면서 반대 시위를 연일 크게 부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행정명령에 급제동을 건 제임스 로바트 워싱턴주 서부 연방지방법원 판사를 비난한 것과 관련해 “법치주의의 적이며, 전 세계 민주주의를 주도하는 국가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들고나온 트럼프 대통령 보란 듯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전 세계에 ‘세계화’를 주창하자 중국 정부기관, 학자, 매체들은 앞다퉈 중국이 얼마나 외국인에게 개방적인지, 개방을 얼마나 가속화하고 있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7일 신화(新華)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공안국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1576명의 외국인이 중국에서 영주권을 받아 전년 대비 163% 늘었다고 보도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새로운 산업에 대해 문이 열리고 있다’면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3억 달러 규모의 해외 투자가 통과를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취임식을 맞아 미국은 물론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등 각지에서 벌어진 여성들의 시위에 ‘여성이 반쪽의 하늘을 떠받친다(Women hold up half the sky)’는 구호와 커다란 플래카드 등이 나부끼는 모습도 중국의 SNS에서 빠르게 번져나갔다. 이는 마오쩌둥(毛澤東)이 여성 권리에 대해 ‘여성은 반쪽의 하늘을 떠받칠 수 있다(婦女能頂半邊天)’고 했던 말을 영어로 옮긴 것으로 마오쩌둥의 가치를 가지고 트럼프를 비판한다며 ‘미국 지도자는 중국 지도자들의 이론을 좀 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외치는 구호와 실제는 극단적으로 차이가 있다. 법치는커녕 중국은 사법권이 독립되어 있지 않은 당 국가로, 사법 절차의 투명성과 인권은 바닥이다. 최근 홍콩에서 실종됐다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샤오젠화(肖建華) 밍톈(明天)그룹 회장 사건만 봐도 “중국인이기만 하면 이중 국적이라 하더라도 전 세계 어디에 있든 (중국 사법 당국의 처분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세계 화교들에게 주고 있는 사건이다. 중국의 사법 절차는 체포가 돼도 그냥 ‘실종’될 뿐 가족들도 한참이 지나야 알게 되고 변호를 받을 권리도 보장되지 않는다. 언론 매체에 나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반성’하는 인민재판 방식도 종종 벌어진다.
녹색카드(Green card)로 불리는 중국 영주권은 외국인에게 1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취득하기 어려운 영주권’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발급이 제한돼 있다. 중국에서 10년 이상 거주해도 받을 수 없으며 중국인과 결혼을 하더라도 5년간 세금 납부 명세, 재산 명세, 집 소유 여부 등을 요구하는 등 매우 까다로워 2004년 영주권 제도 도입 이후 2014년까지 영주권을 받은 외국인은 7356명에 불과하다. 귀화나 참정권이 보장된 시민권 취득의 길도 막혀 있다. 해외 기업들은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외국 기업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여기며 중국의 투자 환경이 나빠졌다고 판단해 공장을 동남아 등 제3국으로 옮기고 있다. 오랜 산아제한 정책 기간 동안 당국에 의해 각종 강제 낙태가 이뤄진 점은 여성 인권 침해 사례로 계속 거론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중국 지도자가 각종 ‘좋은 말’은 다 모아서 하지만 실제 중국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모순투성이다. 시 주석 집권기인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이후 강조하고 있는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을 보면 그 괴리가 선명하다. 부강(富强), 민주(民主), 문명(文明), 조화(和諧), 자유(自由), 평등(平等), 공정(公正), 법치(法治), 애국(愛國), 경업(敬業), 신뢰·믿음(誠信), 우호(友善) 등 12단어가 그것으로 중국의 거리를 지나다 보면 붉은 바탕에 이 같은 글자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새삼 중국의 구호와 현실 사이의 극심한 괴리를 느낀다.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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