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체육부장

오는 19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의 선수단 숙소와 관련, 회오리가 몰아쳤다.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배정한 숙소 중 아파호텔 마코마나이 호텔 & 리조트 객실에 위안부 강제 동원, 난징대학살 등을 부정하는 극우 성향의 책자가 비치된 것으로 알려져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샀다. 아파호텔의 체인점인 이곳엔 한국과 중국 선수단 등 2000여 명이 숙박할 예정이었다. 선수단이 묵는 숙소에 비치된 극우 성향의 책자는 올림픽 정신을 위배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헌장 제36조 부칙엔 ‘어떠한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OCA 대회 장소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은 숙소 변경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조직위, 일본올림픽위원회에 요구해 지난 6일 관철했다.

아파호텔 숙소 배정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 사이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일본 정부는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관방부 부장관은 “(극우) 서적은 민간호텔이 고객 서비스를 위해 구비한 것이며, 정부가 (서적을) 치우라 말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고, 이로 인해 아파호텔 불매운동과 시위가 전개되는 등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지난해 합의한 ‘평창선언’의 정신에 어긋난다. 지난해 9월 강원 평창군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중·일 스포츠장관 회의가 열렸고, 3개국은 평창선언문에 서명했다. 평창선언은 스포츠를 통한 동아시아의 평화 정착과 2018 평창동계·2020 도쿄·2022 베이징동계 올림픽 및 패럴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한 교류 협력, 스포츠를 통한 사회 발전, 스포츠 산업 발전, 도핑방지 협력 등의 의제를 담고 있다. 특히 평창선언문 제1항은‘ 한·중·일 3국은 국가 간 스포츠 교류 활동을 통해 상호 이해 및 신뢰 촉진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 공존을 위해 노력한다’로 돼 있다.

일본 정부는 동계아시안게임이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 공존을 꾀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부추겼다. 국내에서 시작된 아파호텔 불매운동은 중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 거주 중국인들은 도쿄 신주쿠 번화가에서 시위를 펼쳤고, 일본 우익 단체들의 맞불 시위까지 벌어졌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지난해 한·중·일 스포츠장관 회의에 참석, “한 대륙에서 올림픽이 3차례 연이어 열리는 건 처음”이라며 “지금은 아시아의 시대”라고 평가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2년 주기로 동계올림픽과 하계올림픽, 다시 동계올림픽이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3개국에서 열리고 이에 따라 세계인이 아시아를 주목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이유로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중·일은 이웃이지만 역사적으로 반목하고 경쟁하는 관계였다. 스포츠를 통한 평화 정착, 신뢰 구축의 기회를 얻었지만 일본은 외면하고 있다. 일본은 평창동계올림픽 홈페이지 독도 표기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항의하는 등 ‘간섭’도 서슴지 않는다. 스포츠는 정치적 선전의 도구가 아닌, 화합의 매개체라는 점을 잊고 있는 듯하다.

jhlee@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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