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그리스 경제 보고서’서
“現긴축계획으로 역부족” 지적
“EU가 채무 경감해줘야”강조

그리스 “희생 과소평가” 반발
EU “더 이상 경감없다” 고수


그리스 채무 경감 문제를 놓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 간 갈등이 커지면서 그리스 재정위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사진) IMF 총재가 그리스 채무의 지속 불가능성을 경고했고, 투자자들은 그리스 주식과 국채를 대거 매도하고 나섰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IMF는 과감하게 진실을 공개하는 발언자(Truth teller)가 돼야 한다”면서 그리스 채무가 지속 불가능한 상태임을 강조했다. 그는 “그리스인들이 2010년부터 구제금융 지원과 함께 시작된 긴축 정책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리스인들의 엄청난 노력에도 개혁은 미완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극소수의 사람(임금 노동자)들에게 세금 부담이 몰리고 있다”며 “연금 제도도 지속 가능하고, 빈곤층 지원이 이뤄지도록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누가 내게 같은 질문을 세 차례 해도 내 대답은 같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은 전날 IMF가 ‘그리스 경제 연례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 채무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태이며 결국 폭발할 것”이라고 한 경고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또한 IMF 보고서에 대한 그리스와 유럽 측 비판에 반박하려는 목적도 담고 있다.

IMF는 보고서에서 그리스가 구제금융 조건에 따라 2018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재정 흑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것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IMF는 연금지출 삭감과 과세 기준 강화, 빈민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지만 3300억 유로(약 404조6300억 원)에 달하는 그리스 채무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그리스 채무 규모가 2020년 GDP 대비 170%에서 2060년에는 275%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IMF는 유럽이 그리스 채무를 경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IMF는 그리스 채무 경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3차 구제금융 참여를 미루고 있다.

반면 그리스는 IMF의 보고서가 그리스인의 수년간 희생을 과소평가했다고 반발했다. IMF와 함께 그리스 채권단인 유럽연합(EU)은 그리스 채무에 대한 일부 경감이 이미 있었던 만큼 더 이상의 경감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IMF와 EU가 그리스 구제금융을 놓고 대립하면서 오는 7월 집중된 그리스의 채무상환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그리스 아테네 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2.01% 하락한 610.86을 기록, 3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그리스 국채 10년물 이자율은 전일 대비 2.09% 상승(채권 가격 하락)한 7.87%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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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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