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램프가 은근한 목소리로 푸틴을 불렀다. 모스크바 시간 오후 6시, 워싱턴은 오전 10시다. 전화기를 귀에 붙인 크램프가 의자에 편히 앉았다. 백악관의 집무실 안, 주위에 비서실장 서렌든, 국무장관 존슨과 안보수석 레빈스키가 제각기 앉거나 서 있다.
“어제 대한민국 서동수 대통령하고 5개국 정상회담 합의를 했는데, 들으셨습니까?”
“예. 공문을 받았습니다, 각하.”
푸틴의 목소리도 부드럽다. 크램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것은 중국을 러시아와 함께 견제하겠다는 말과 같다. 대한민국이 러시아의 응원을 받아 제3제국을 표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민국이 중국 견제의 대세(大勢)를 탄 것이다. 미국의 극동방위선 역할로 70년간 러시아, 중국의 대양(大洋) 진출을 막는 역할을 했던 일본은 대한민국의 발흥(勃興)으로 위기를 맞았다.
700여 년 전인 1274년, 1281년에 여몽연합군에 의해 본토가 함락될 뻔했던 일본이다. 두 번 다 태풍 덕분으로 침략을 면한 일본이 이번에는 견딜 것인가. 푸틴이 말을 이었다.
“각하, 이번에 동북아의 균형을 새롭게 편성하시지요.”
“어떻게 말입니까?”
크램프가 차분하게 물었지만 집무실 분위기가 굳어졌다. 일본의 고립은 러시아와 미국의 영향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러시아가 주도해서 대한민국을 중국과 일본의 대항마로 내세웠고 미국이 방관했다. 그때 푸틴이 대답했다.
“이대로 나가면 일본은 해체됩니다, 대통령 각하.”
숨을 들이켠 크램프가 듣기만 했고 푸틴의 말이 이어졌다.
“중국이 대한민국을 응원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각하. 제3제국으로 바로 옆에서 견제를 받더라도 일본보다는 바로 믿을 수 있는 상대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
“이번 서 대통령의 비공식 중국 방문 시에 서로 난징 대학살과 간토 대학살 사건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간토 대학살이라니요?”
이맛살을 찌푸린 크램프가 측근들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다. 한숨을 쉰 크램프가 물었다.
“그건 또 무슨 일입니까?”
“저도 어제야 듣고 알았는데 1923년 도쿄 대지진 때 한국인 수만 명을 일본인들이 학살한 사건입니다.”
“이런.”
혀를 찬 크램프가 어깨를 늘어뜨리며 말했다.
“일본인들이 예의 바르고 겸손한 민족인 줄 알았는데 웬 학살을 그렇게 많이 했답니까?”
“악행이 더 많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집무실 안을 둘러본 크램프가 눈동자의 초점을 잡고 말했다.
“내일 회담에서는 중국까지 3개국이 대한민국에 우호적으로 나오겠는데요.”
“대한민국이 강경하게 나오면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일본은 대마도를 양보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각하.”
“아베의 자업자득입니다.”
“그럴까요?”
“미국도 등에서 아베를 내려놓을 때가 되었습니다, 대통령 각하.”
푸틴의 목소리가 굳어졌고 크램프는 다시 길게 숨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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